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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명이, 알래스카를 가다 - 청소년이 만난 기본소득의 세계
이선배 지음 / 세종마루 / 2025년 11월
평점 :
재명이, 알래스카를 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성인이지만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고 막연하고도 편협적으로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반성했다. 청소년 성장소설이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용기가 필요한 어른들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이 어렵지 않아 술술 읽히면서도 중간 중간 밑줄을 그은 곳이 많아 배울 점도 많다. 무엇보다 기본소득 재원은 기득권의 시혜가 아니라 우리가 되찾아야 할 권리라는 문장에 밑줄 그었다. 책의 구성이 시간과 장소(예를 들면 10월 12일 오전7시 알래스카행 항공기 안)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어 마치 시나리오의 장면 같아 생동감이 넘쳤다. 우리나라 대표 청소년으로 뽑힌 재명이, 철희, 지원이가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기본소득 대회에 참가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파헤쳐가는 모험이 드러나며 마지막엔 선언문을 발표하는 가슴 웅장해지는 결과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들은 곧 테러 혐의로 체포되었고, 핀란드대표 에이노의 오로라 프로젝트의 음모가 밝혀져 이틀만에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 에피소드는 대회 주최자인 데이비드 스미스가 구속되면서 일단락되는데 정작 배후세력은 정체를 감추고 살아남아 찝찝했다.
어쨌든 철희가 컴퓨터로 찾아낸 오로라 프로젝트(청소년 여론 조작계획)은 스릴러를 불방케했다. 익명의 후원으로 대회를 개최함을 시작으로 참가자들과 가족까지 옥죄는 비밀계획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런 극적인 장치로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으면서도 이 책의 주제인 기본소득의 올라는 정의에 대해서도 계속 주지시켜주었다. 공산주의와 똑같다고 생각하는 오해도 짚어주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정부가 이만큼만 가져가라고 나눠주는 공산주의 개념과 시민이 권리로 요구하고 위로 올려보내는 기본 소득 개념은 정반대였다. 다시 말해 자유를 살 수 있는 제도였다. 각 나라별로 기본소득의 실험과 정착의 어려움도 참가자들의 입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이 제도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최자 스미스가 기본소득을 대하는 태도(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기존의 복지제도를 기본소득 안에 넣어 전체적으로 지원을 축소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 아쉽고 화가 났다. 기존 복지제도의 단순 보완재 수준으로 생각하면서 이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발언하는 것이 말이다. 소설 속 알래스카 원주민 마을에서 할머니와 톰의 이야기들, 에이노의 양심선언 등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려는 기본소득의 정의를 되새겨주었다. 단순히 돈문제를 떠나서 말이다. 아이들이 오로라 프로젝트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으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것도 신선했고 직접 기본소득 대회를 그들의 힘으로 개최하며 전 세계청소년들의 연대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토론 중 철희가 각 나라의 GDP 10%를 세계시민 기본소득 기금에 내고 그걸 전 세계인구수로 나누고 다시 나누자는 제안을 하여 읽으면서 감탄했다. 선언문에도 실었다.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정되는 기본소득이 현실이 되기 위해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진실함과 연대가 필요함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