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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100세 할머니 약국



얼마 전에 81세 배우 선우용여의 일상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봤다. 아이쇼핑을 하고 다이어트 영양제를 언급하면서 이런 좋은 게 나오니까 80된 게 아까워죽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지만 요즘 사람 못지 않게 여전히 열정적으로 지내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오늘 읽은 책 <100세 할머니 약국> 도 ‘지금을 사는 사람’ 으로서 늘 지금에 대해 알고 싶다는 모토를 견지하는 저자가 등장한다. 1923년 도쿄에서 나신, 백세가 넘은 히루마 에이코님은 세계 최고령 현역 약사로 등재되었는데 올 4월 영면하셨다. 배울 것이 많기에 옛것에 사로잡혀 살지 않는, 그래서 젊은 날을 그리워하며 ‘라떼를 시전’하지 않는 그녀였다. 현재에 정조준되어 있던 100세 약사가 건네는 지혜는 세월을 허투루 통과하지 않은 어른의 고언이었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나보고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성화다. 내딴에는 걱정되서 하는 말이 아이에겐 쓸데없는 잔소리로 들리나 보다. 책엔 이런 조언이 나왔다. 상대방과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마음을 나누어 주고 배려도 할 수 있다고. 마음 간격을 적당히 유지하며 가만히 지켜봐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만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만병은 사실 참견에서 오는지도 모른단다. 상대방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고 잔소리를 하면 상대는 질려 아예 마음이 떠날 수도 있다. 비단 아이와의 관계만이 아니다. 배우자나 가족 등 관심 있는 상대에게는 걱정 한마디면 충분할 것이다. 그 사람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가 그를 바꾸려면 하면, 그건 바로 참견일 뿐이라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매일 약국에서 손님을 맞는 100세 약사, 그녀가 약과 함께 넌지시 건네는 이야기는 독자인 나의 마음도 낫게 하는 것 같다. 이 행복 처방전은 호기심, 꾸준함, 다정함, 시간이라는 네 가지 약으로 구성되어 자연스러운 담소 나누듯 우리네 삶을 촘촘히 이어준다. 사랑방에서 만난 오래된 인연처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