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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팡세
블레즈 파스칼 지음, 강현규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파스칼의 팡세

초1 아들이 며칠 전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사람은 살아가는거야? 죽어가는거야?” 너무 심오한 질문이라 놀랐는데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생각을 했어?” 라고 물어봤더니 아이들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인 뚜식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들 생각은 이랬다. “엄마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죽어가고 있고, 나는 8살이니까 살아가고 있는거 아니야?” 그래서 내가 답했다. “나이랑 상관없이 모두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음을 향해 죽어가고 있는거야.” 어쨌든 아이가 던진 화두에 생각이 깊어졌다. 오늘 읽은 파스칼의 <팡세>를 읽으면서 더욱. 무너지는 육신과 싸우면서도 신과 인간, 존재와 구원, 고통과 욕망에 관한 필사적 사유를 남긴 파스칼의 단상, 파편의 기록들이 팡세라는 흔적으로 남았다. 엮은이에 의하면 이 책은 위대한 고전이나 단상 특유의 불연속성과 종교적 맥락의 난해함 때문에 독자가 끝까지 읽기 쉽지 않은 책이라 한다. 하지만 이 편역서는 그것을 뛰어넘고자 했다. 총 7장의 흐름으로 재구성되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파스칼 특유의 날카로운 문체로 폭로하는 ‘인간의 비참함과 덧없음’을 필두로 현재의 자기과 어긋나는 인간, 소유, 사회적 질서와 윤리의 허상, 존엄하지만 휘둘리는 존재, 인간, 이성에 대한 회의, 종교적 신념과 구원을 순서대로 다룬다. 단상이기에 페이지별로 제목과 문장이 짤막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를테면 <권세를 추구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사회> 라는 제목의 글은 이것이다.
‘이 세상이 헛되다’ 는 너무도 명백한 사실은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권세를 좇는 일은 어리석다’ 고 말하면 오히려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파스칼을 떠올리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인간의 모든 존엄은 ‘사유’ 에 있다고 말하는 그였다. 우주가 인간을 짓누른다 해도, 우주가 인간보다 강하다는 것도 인식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우주보다 인간이 더 고귀하다. 이 책의 핵심이 5장에 들어있다. 물론 존엄하지만 품고 있는 결함도 크다고 ‘사고’ 에 대해 언급한다. 본성은 위대하지만 그 결함을 본다면 얼마나 저속한지 밝히고 있는 것이다. 파스칼의 사색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질문을 팡세를 통해 던진다.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