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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마침내, 안녕

저자의 자기소개가 내 마음에 파동을 그렸다.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저자의 한 줄짜리 소개를 통해 소설은 독자인 나를 통째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도연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대체로 화가 났거나 우울한’ 이들을 대면해야 하는 가사조사관에 대해 첫 챕터부터 소개하는 문구를 읽었을 때 함께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졌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문구를 찾는 기쁨이 컸다. 저자가 표현하는 인물들의 심리, 행동 묘사가 마음에 들어 페이지마다 밑줄을 안 그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를테면 ‘수업이 끝나면 갑자기 불이 켜져 당황한 바퀴벌레같이 기숙사로 스스스 흩어졌다’, ‘절절한 생의 조각이 마음 위에 던져지면 그 무게만큼 파문이 일었다’ 와 같은.
매일 타인의 고통을 듣는 직업이야말로 정신무장을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도연은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았고 불합리하다고 느낀 자신이 속한 조직 속에서 점점 안일해졌지만 결론적으로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무관심해지는 대신 소설의 제목처럼 자신의 과거와 작별하고 점점 성장하고 성찰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삶을 무던히 받아들이는 어른같은 아이를 만나기도 하고, 친언니의 죽음으로 인해 무너졌던 도연에게 ‘백 선생, 잘 안해도 돼요’ 라고 말해주는 민교수도 있었고, 헐렁하고 방실방실한 웃음 너머로 보이는 곡진한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시재도 도연의 곁에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치 내 주변에 있는 누군가 같아서 더욱 마음이 쓰이고 친근감이 들었다. 저자가 선택한 단어들 중에서도 마음에 와닿는 것, 혹은 몰랐던 것이 많아 일부러 필사하며 기록하기도 했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라는데 이렇게 완성도가 높아 정말 부럽다. 게다가 출간 즉시 드라마 제작 확정이라니! 역시 몰입도 있는 소설은 주변에서 가만 두지 않는구나. 요즘 읽고 있었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도 올 하반기에 드라마로 볼 수 있다던데 요즘 소설 읽는 재미가 붙었다. 내가 작가라면 어떻게 쓸지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나의 마음을 많이 건든(좋은 뜻으로) <마침내, 안녕>을 통해 나 또한 공감받기 원했던 아픔이 있음을 고하게 되고 치유되는 느낌이 들어서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