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쓴 메일함 - 아버지와 아들의 말로 못한 진짜 이야기들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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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쓴 메일함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참 다정하다. 아버지와 아들, 부자가 나누는 메일에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다. 아버지는 아파트 경비원, 아들은 유명 소설가를 꿈꾼다. 아버지는 다정하고도 구체적으로 일상을 소재로 던져주며 아파트 주민들에 대해 소개한다. 서간체이지만 중간중간 시와 노래가 담겨 있다. 현대 시에 곡을 붙인 격이랄까. 신기하게도 QR코드를 삽입하여 수록된 시와 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저자의 독창적인 창작소설집이라 할 만하다.

 

아버지는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아들에게 들려준다. 아파트 욕쟁이 할머니가 버스에 탔고 운전기사는 교통 체증에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할머니가 운전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는지 AI 안내방송을 빌미로 둘은 싸움이 터졌다고. 욕쟁이 할머니는 소싯적 버스 안내양이라고 항변하며 주고받는 소리에 아버지는 할머니 뒤를 쫓아 약수터에 내렸다는 말을 하며. 이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보라는 말에 나도 엄마가 일상에서 겪은 소재거리를 주며 글을 써보라고 한 적이 있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고 있었던 일이다. 기점역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노약자석에 마주 보고 앉아있던 할아버지와 또다른 할아버지와 손자. 혼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손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할아버지를 보고 대뜸 한국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무례히 군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말해보지만 말을 시작한 할아버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한국사람 말투가 아니라며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의견을 사실화한다. 말투가 어떻든 한국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설령 한국인이 아닌들 그렇게 이야기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책 속 아들은 아버지의 편지에 응답한다. 우리 시대 소시민의 모습을 담은 진짜 이야기들을 부자의 대화를 통해 들려준다. 작가의 의도대로 우화형식이라 무언가 교훈과 풍자가 곁들어져 우리네 삶에서 더욱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

 

소개된 악보처럼 인생의 선율을 듣고 싶다. 처연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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