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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가제본에 이어 완성본이 도착했다. 뒷부분에 읽고 싶었던 챕터 <감정 노동이 아닌, 인지적 공감을 활용하라>를 바로 펼쳐보았다. 가제본의 목차가 일부 바뀌었고 더 풍부해졌다. 앞선 서평에서 언급한 가짜 관계와 진짜 관계는 ‘공감’ 에 있어서도 적용할 수 있었다. 굳이 공감 노동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정서적 공감이 이뤄지는 경우, 이를테면 매년 발표되는 미국 퓰리처상 수상자들의 사진을 보는 것은 가슴이 저릿하고 머리에 경종을 울리며 위대함, 때로는 비통함으로 마음이 전해진다. 하지만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한 채 무조건적인 공감을 강요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감정 쓰레기통이 아닐까? 공감 노동은 나도 모르게 나에게, 혹은 타인에게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의 부정적 감정을 내가 해소하지 않고 타인에게 전가해선 안된다. 정서적 공감은 분리와 독립을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면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고 읽어내는 능력으로써 전제조건은 나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먼저 발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 욕구, 의도, 동기와 생각을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 있게 되면 타인의 감정을 정신화할 수 있다. 인지적 공감은 상대에 대한 배려까지 포함되어야 긍정적인 가치가 완성된다고 본다. 구체적인 행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허공에 뿌리는 메아리일 뿐이다. 나도 결혼생활과 육아를 통해 가족들에게 공감 노동을 강요하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대화의 주제도 ‘우리’ 가 아닌 남의 이야기만 하는 빈도가 높진 않은지 살펴보았다. 가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허공에 뿌려지는 헛된 얘길 하는 시간이 많다. 연예인들의 가십거리, 정치 얘기같은. 그러나 이것이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면서 우린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할 이야기도 없으니 소위 남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때우는 것만큼 소모적인 게 있을까? 의미 있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기 앞서 가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단어가 바로 ‘그냥’ 이라는 단어다. 상대와 철학적, 추상적인 심오한 의미를 사색하는 경험이 없고 그냥, 아무나 만나 수다를 떠는 것, 그것은 서로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이런 가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많진 않은지 돌이켜보게 된다. 타인과의 본능 지향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삶 대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목적 지향적이고 의미 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은 어떨까? 진짜 관계를 위해서 말이다.
책의 뒷표지에 이 책의 핵심이 표로 그려져 있다. 1~5단계를 거치며 문제 인식부터 자기주도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만 남기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인간관계 수업을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