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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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간혹 아이가 밤 늦도록 안자고 울어재낄때면 저기서 도깨비 아저씨가 나타나서 잡아간다!” 고 으름장을 놓는다. 금세 방안은 고요해졌지만 이게 언제까지 먹힐지는 미지수다. 언젠가 아이와 슈퍼마켓 놀이를 하다가 그건 얼마에요?” 라고 묻자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엉터리 숫자인 이백사천오백원이라고 대답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었다. 오늘 읽은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를 보니 자꾸 아이가 생각난다.

 

지난달에 심하게 앓았던 감기(라고 쓰고 독감이라고 읽는다) 증상이 이어진시인의 <독감>에 묘사되어 있었다. ‘너는 바다의 목소리로 기침 소리를 내고 있다’,‘너는 폭설을 끓여 차를 마시고 있다’,‘나는 감기 기운의 기침 소리를 이불 안에 넣고 푹 잤다와 같은 구절이 몹시 와닿았다. 29줄이나 되는 한문단으로 엮인 이 산문시가 그때의 내 모습과 닮아있었다. 나는 감기 기운의 단어들을 이렇게 낱낱이 파헤쳐 실감나게 묘사한 이 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어진시인의 시에선 구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주인 없는 양떼>를 보면 구름이 구름을 사육한다는 말이 나온다. 가난한 구름의 호수에선 한껏 피어나지 못한 구름의 입에서 저녁놀에 물든 호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시어를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구름의 형상은 시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심한다. 이따 퇴근길에 저녁놀에 물든 구름을 눈에 담고 사진으로도 남겨놓고 싶어졌다. 호수같은 하늘에서 저녁놀의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걸 보고 자신의 구름을 지키기에 분주한 물고기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지 곱씹어본다. 시를 읽으면 상상력이 풍부해지는걸 느낀다.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시를 읽으면, 마음에서 당신은 물고기가 되어 어느새 역시 물고기로 변해 있는 내게로 다가온다다고 말했다. 시집 제목처럼 시의 세계는 초현실주의자들의 과잉현실을 내포하는 것일까? 지난 여름 서*랜드에서 아이가 너무 재밌어서 두 번이나 들어갔던 어트랙션 앨리스원더하우스가 생각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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