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언어 - 희망을 부르는 따뜻한 허밍
김준호 지음 / 포르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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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언어



 

오랜만에 따뜻한 산문집을 읽었다. 부제 희망을 부르는 따뜻한 허밍답게 저자 김준호님의 시절 언어를 엿볼 수 있었다. 사계절인 우리나라에 빗대 희망을 말하면 희망이 보이는 봄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사랑의 기억을 품는 여름을 지나 나의 행복, 나의 언어인 가을을 거쳐 지금의 계절인 겨울에 당도했다. 찰나의 말과 삶을 이야기하는 겨울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계의 맛, 신뢰 한 스푼 진심 두 스푼으로 다시 봄을 이야기하는 목차가 마음에 들었다. 책의 글씨체와 목차의 색깔(초록).

 

싫어하다미워하다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삼촌이 날 싫어하는 것 같다는 조카의 말에 생각에 잠긴 저자는 어느 우화를 소개하며 미움은 자신의 마음에 독을 쌓는 것이라고 느꼈다. 영어로도 Hate는 상대를 사랑했던 과거를 부정하는 자신과 맞서게 되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분노는 시간이라는 약도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Dislike와 비교해봐도 미움과 증오는 나와 상대 모두를 아프게 하는 것 같다.

 

유치원생인 아들이 아빠 앞에서, 혹은 남들 앞에서 내게 귓속말을 자주 한다. 아마도 또래 친구들이 유치원에서 서로 친하다는 행위(?)로 귓속말을 하는 모양이다. 속살거리는 모습이 꽤 귀엽다. 속살거리다의 어근이 속살인데 류시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경험을 통해서 같은 장소를 반복해 가 봐야 비로소 그 여행지가 자신의 속살을 내보인다라고 했는데 여행지에서의 이 속살은 결국 우리가 놓친 아주 작은 것들일지 모른다. 여행지를 먼저 다녀온 이들의 매뉴얼대로만 여행한다면 여행지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교감을 잃을 수도 있겠다. 저자의 말대로 브루마블 게임판을 도는 듯한 여행은 이제 자제해야겠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다. ‘언어의 경제성과 무소유의 철학은 닮은 구석이 있다.’ 라는 말. 최소한의 표현으로 말의 핵심에 근접하는 것이 언어의 경제성이라면 간결하게 말하는 법을 항상 유념해두어야 할 것 같다. 말많은 이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삶 속에서 느낀 사색과 경험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이야기하는 저자의 산문집을 두고두고 곱씹어 읽어보고 싶다. 마음이 깊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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