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언어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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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느리지만 더 정확한 것이 좋을까? 빠르지만 부정확한 것이 좋을까? 단연 전자일 것이다. 속도보다는 방향과 목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음 읽기와 마음 헤아리기는 그런 점에서 비교할 수 있다. 보통 마음 읽기를 공감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사회심리학자 윌리엄 이케스가 사용한 경우이며 이 책에서는 공감이나 이해와는 상반된, 사람의 말과 행동의 의도를 느낌과 짐작으로 속단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반면, 마음 헤아리기는 판단을 유보하고 상대의 마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 외에 맥락과 상황을 살피고 대화에서 추가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가 나와는 다른 마음을 가진 개별적 존재라고 인식하며 속마음과 표현을 조율하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동력이며 상처의 세대 간 전수를 끊어내는 마음 헤아리기를 필두로 이 책이 이야기하는 관계의 언어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자녀나 배우자를 생각하면 자동적이고 판단적인 반응이 먼저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비판단적인 반응을 연습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를 잘 안다는 자신감과 고정관념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떨어지게 만들기에 나는 당신의 마음을 모른다는 전제를 두고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늘 삐딱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태도는 내적 경험을 반영한 것인데 이를테면 선택적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고 맹목적 모방만 하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부적절한 반응을 받았던 경우 엉뚱하게 내면화되는 것이다. 사례로 소개된 형석의 경우 자신안에 있는 이 이질적 경험은 부모가 그에게 보여준 분노와 관련이 있었다. 이것은 타인에게 투사되기 쉬우며 상대가 자신에게 화를 내도록 조종하기까지 이른다. 과거의 관계를 현재에도 계속 재현하려 함으로써 이렇게라도 해야 자신에 대해 적절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 안의 나쁜 것이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것임을 확인하려는 반응이다. 한편 자신에게는 손톱만큼의 이해심도 없으면서 남의 마음만 헤아리는 사람도 있다. 관계의 균형면에서 타인중심성은 단순히 미숙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식이므로 이것에서 벗어나려면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에 대한 애도와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음 헤아리기는 타인 지향적인 공감과 달리 자아와 관계의 균형을 강조한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듯 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음 헤아리기의 구체적 방법론 또한 제시되어 있다. 동요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그라운딩이 인상적이었는데 진정의 기술인 그라운딩은 환경과 몸의 접촉에 주의를 기울이고 안정된 자세를 취함으로써 몸을 통한 지지감을 얻는 방법이었다. 느린 호흡과 미주신경(얼굴, , 심장 주변) 마사지를 예로 들어 실천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로 조망수용의 힘인 자신의 관점 억제하는 방법도 도움이 되었다. 인간은 바로서기(직립) 반사 성향이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나는데 주로 가까운 관계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의 문제나 잘못에는 즉각적으로 바로잡아주려는 반사적 행동, 즉 마음읽기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바로 개입하려는 행동이 시작된다. 인간관계의 수많은 갈등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런 바로잡기 반사가 있다. 마음 헤아리기를 하려면 바로잡기 반사부터 자제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일인칭 관점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과 관점, 감정 등을 추론하여 이해하려는 조망수용 능력을 연습하여 나와 상대가 일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리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역지사지와 같이 나의 관점과 상대의 관점을 완전히 분리해야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마음 헤아리기 대화의 4단계를 제시하였다. 그 중에서 마지막 단계는 메타 커뮤니케이션, 즉 대화의 목적을 상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대화의 의도와 목적을 놓치고 말의 표면적인 내용이나 감정에 휩쓸리기가 쉬운데,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이해와 연결을 염두에 두고 대화할 때 의도와 표현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강하게 이야기해서 상대를 바꾸려는 생각보다 오히려 비난과 공격으로 받아들임을 인식하고 감정적 동요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대화의 목적을 놓치지 않고 의도와 표현의 불일치를 최소화한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내가 먼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헤아림이 헤아림을 낳는 기적을 맛본다면 관계는 점점 발전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마음 헤아리기 대화의 4단계를 숙지하여 실천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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