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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신달자 지음 / 문학사상 / 2023년 9월
평점 :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저자인 시인 신달자님의 묵상집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을 읽었다. 벌써 여든이 되셨고 그녀의 인생 여정을 이 제목에 담아 출간했다. 글 말미 대부분마다 ‘감사합니다.’ 로 끝맺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팔십 년을 한 마디로 축소하면 ‘잘못하였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고 하셨다. 참담한 후회의 고백이며 반성의 축대라고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두 말을 반성문이라는 고백의 말로 엮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공감을 느끼게 해주셨다.
‘80세 바구니에 담는 열매’를 시작으로 ‘용서를 빕니다’ 까지 총 4장의 목차엔 신달자님의 인생에 닥친 삶을 꿋꿋하게 살아온 노시인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자신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데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은 참 아픈 일이라 고백했다. 나도 내가 싫을 때가 많을수록 나를 제대로 보기 힘들어 외면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내가 나를 안아주며 나를 포옹하는 일은 나를 잘 돌아가게 하는 일이었다. ‘막히는 일에 절망하지 않고 안 된다고 금방 돌아서지 않고 마음 다쳤다고 모든 일을 절교하지 말고’ 라는 문장을 통해 그 누가 뭐래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또 안아주고 싶어진다.
신달자님은 자신의 결혼생활과 노후생활을 딱 세 마디로 줄이면 이 책의 제목과 같다고 했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무표정하게 있는 모든 시간이 사실 나에겐 흐느끼고 있는 시간일 때가 많았다’ 고 한다. 뇌졸중으로 남편분이 50여 차례가 넘게 입퇴원을 반복하고 별세하셨고 작가님은 최근 폐결절을 떼는 수술을 하셨다. 그 계단을 모두 딛고 지금 여기까지 오셨다. 나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복잡해진 마음으로 서운하고 억울하고 분노의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아졌다. ‘그래도 살아있으니까 다 오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 생각들을 쓰다듬고 안아주다보면 나쁜 것이 온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조금은 소멸의 몸짓으로 나를 떠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 하셔서 나도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어제보단 덜 불행해진 나를 보고싶다.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신달자님의 솔직한 고백록을 잘 귀담아 듣고 싶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어떤 마음으로 견뎌내야 하는지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