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 팍팍한 현실을 보듬어 안는 인생 돌봄 에세이
안희정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팍팍해졌다. 인생의 많은 날이(물론 많이 산건 아니지만) 무료해졌고 내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들 때문에 버티는 게 버거워졌다. 슬퍼졌고 삶 곳곳에 염증이 생긴 기분이었다. 무의미한 인생을 흘러보내는 것 같아 괴로웠다. 저자의 삶의 단편으로 한편은 위로가 되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어찌 좋은 순간만 있으랴. 부부의 모습은 슬픔과 고통으로 점철된 시간을 견뎌야 함을 요즘에서야 절실히 깨닫는다. 서로 가시 돋친 말을 내뱉고 위태로운 시간을 보낼 때 이 책을 읽었다.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가족의 근간, 부부>를 읽을 때 마음이 많이 아렸다. 어차피 남은 평생을 남편과 같이 살아야 한다면 그와 더 즐겁게 살 수 있도록 공유할 수 있는 유쾌한 추억을 계속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저자의 말마따나 나도 이번 추석에 그렇게 노력했다. 행복이 그저 순간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자식이라는 끈에 묶인 사람에게 관대해지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아량을 베푸는 것이 좋다는 조언에 내 영혼을 말랑말랑하게 익어가는 과실처럼 성숙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글로 감정을 푸는 치료를 하며 고단한 인생에 대한 저항력이 생겼다는 그녀답게 약을 먹듯 글을 써 읽는 독자에게도 처방전처럼 달갑게 와닿는다. <삶의 지푸라기>, <욕과 나에 대한 고찰>, <가방의 심리적 반발> 등 흥미로운 제목이 눈길을 끈다. 특히 예전에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토트백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한동안 하루가 멀다고 가지고 다니다가 옷장에 홀로 유기(?)되어 세월의 존립을 마감하고 있던 가방에 대한 고찰이 재밌다. 물건도 관심을 못 받으면 죽는다. 그리고 사람도 물건도 헤어짐이 중요하다. 한동안 쓰지 않을 예정이라도 추후 다시 사용할 생각이라면 쾌적한 장소에 보관해야 함을 이야기하며 내버려두는 것이 아닌, 주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휴식을 주겠다는 의사표현을 하라는 것이다. 오래된 물건에 대한 애착이 사라진다면 그 익숙했던 사랑이 떠나감에 강한 감정적 반발을 일으킬 수 있을테니.

 

저자는 말한다. 살아 숨쉬는 한 언제든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마지 못해 살기 싫다면 벼랑 끝에 있더라도 다시 올라올 수 있다. 넘어진다고 길이 없어지지는 않으니 가고 싶은 길을 가도록 해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