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고장 난 사람들 - 불면증부터 기면병까지, 신경과학으로 본 수면의 비밀
가이 레시자이너 지음, 김성훈 옮김 / 시공사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잠이 고장난 사람들



 

영국의 신경의학자이자 수면장애센터 전문의가 쓴 수면이야기다. 인간애와 의학을 합친 책이라 소개한 누군가의 추천사를 보며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스토리가 있고, 스릴러같거나 코미디 혹은 멜로와도 같은 잠의 경험담에 대해 자신의 증상을 기꺼이 공개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가 만난 수면장애 환자들은 불면증, 가위눌림과 같은 수면마비, 환각과 꿈을 행동으로 옮기는 현상 등 다양한 모습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책에선 수면장애를 앓는 이유를 생물학적, 혹은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며 그 요법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목차를 살펴보니 잠꼬대, 기면병, 뇌전증, 몽유병, 불면증 등 다양한 이름의 수면장애와 잠의 알고리즘, 뇌 영역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나만 모르는 흑역사라는 제목의 잠꼬대를 한 환자의 사례에선 로버트의 특이한 케이스를 소개했다. 잠자는 사람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주변 세상을 의식하지 못해 생기는 물리적 취약함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이에게 상처받기 쉬운 취약함까지! 대부분의 잠꼬대는 몽유병의 변종인데 성인에겐 보기 드문 비렘사건수면이다. 로버트는 잠꼬대 내용이 일반적인 케이스와 다르게 뭔가 불쾌한 의도로 특정 주제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다. 잠꼬대로 전 여친 얘기를 하며 내용이 학대, 시체성애증, 심지어는 수간증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래서 정신과도 가봤다고 한다. 저자는 그의 밤을 직접 관찰해보기로 마음먹고 수면검사를 실시했다. 중증도의 수면무호흡이 있었고 양압기를 처방하자 잠꼬대가 사라졌다. 로버트가 양압기를 쓰고 낮잠을 자다 린다가 거칠게 깨워서 녹음기를 켜봤더니 린다의 주장이었던 전 여친의 학대, 수간증 아니 로버트의 잠꼬대 자체가 없었다! 그의 잠꼬대 얘길 꾸민 린다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불가능했지만 그녀가 환각이나 망상에 빠졌을 경우는 가능했다. 연인의 외도를 혼자 믿고 집착하는 심리적 장애. 5년이 흐른 후 린다의 행동은 가스라이팅임이 밝혀졌다. 잠꼬대에 진실을 알고 나니 앞서 말한대로 누군가와 침대를 함께 쓴다는 건 깊은 신뢰없인 불가능하다.

 

이 밖에도 쓸데없이 실감나는 꿈인 수면마비와 입면환각도 흥미로웠고 수면관련 섭식장애도 관심있게 읽었다. 프로이트가 잠을 통해 숨은 욕망과 불안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꽤나 의미있음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유전자와 해부학, 뇌의 화학작용 등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 잠에 대해, 그리고 잠이 고장난 이들을 신경과학으로 본 이 책을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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