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잘 자요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린다 분데스탐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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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 자요

 



아이들을 재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낮에 신나게 뛰어놀고 피곤하면 알아서 자겠지만 잘 시간이 되어도 눈이 말똥말똥 도무지 잘 생각이 없는 아이들을 볼 땐 두려움이 엄습한다. 난 눈꺼풀이 감기기 직전인데.

 

햇님이 집에 가고 이제 달님이 왔다고 잘 시간이라고 달래봐도 먹히지 않는다. 계속 놀아달라고 조르거나 억지로 불을 꺼도 귀가 따갑도록 계속 말을 건다. 대꾸를 하지 않으면 레슬링을 시도하고 결국 난 버럭 화를 내고 만다. 이런 루틴을 바꿔보고자 의무적으로 자기 직전 책을 읽어주고 있다. 마침 오늘 읽은 서평도서가 딱 이 주제라서 더욱 의미있었다. 스웨덴 작가인 린다 분데스탐은 이 그림책을 다이 커팅 방식을 활용해 기발한 구성과 콜라주 기법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책은 꼬마 원숭이를 재우기 위해 일흔 세곡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엄마 원숭이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된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하품을 하며 좋아하는 책을 보다 잠은 피곤한 아홀로틀, 우유를 마시고 수염을 닦고 잘 준비를 하는 고양이들, 느긋하게 저녁 체조를 마치고 아늑한 굴속 잠자리로 들어가는 미어캣 가족들에 이어 밤새 돌아다닐 예정인 눈 큰 안경원숭이도 등장한다. 이불을 덮은 것 같은 효과를 준 다이 커팅 방식이 흥미롭다. ‘하늘을 나는 건포도놀이만 하는 아기 키위들의 일러스트는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북유럽 스타일의 유머인지 키위들이 정말 건포도같이 올망졸망했다. 먼저 잠은 아빠 키위의 이불에 과일 키위가 그려져있는 것도 재밌다. 키위들과는 전혀 딴판인, 언제나 자고 있는 나무늘보들도 있다.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잠을 자는 건 동물들만이 아니다. 나뭇가지를 늘어뜨리고 잎사귀 옷을 바람에 떨군 나무들은 이내 하얀 눈으로 포근하게 이불을 덮고 잠옷도 입었다. 마지막에 등장한 귀여운 꼬맹이는 앞서 동물들의 수면의식을 모두 따라한 뒤 엄마 아빠의 품에서 잠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보너스 개념처럼 해가 뜬 아침에 잠이 든 부엉이 가족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코코아를 마시고 하품을 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부엉이들은 날이 밝았지만 한밤 중이다. 이 모든 지구 생명체를 지켜보고 드디어 잠든 외계 생명체 역시 망원경을 뒤로 한 채 잠이 든다.

 

아이는 절반짜리 책장을 자꾸 만지작거리며 이런 이불이 갖고 싶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해 피식 웃게 만들었다. 포근하고 아늑한 잠자리 이불같은 그림책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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