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 기독교에 회의적인 교양인과 나누고 싶은 질문 25가지
정한욱 지음 / 정은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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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기독교에 회의적인 교양인과 나누고 싶은 질문 25가지란 부제답게 수준높은 질문과 답변이 주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함께 주일학교를 다녔지만 성인이 되고 이내 교회를 떠난 내 친구에게 들었던 의문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는 여기 적혀 있는 것 같아 추천해주고 싶다. 딸이 질문하고 아빠가 답변하는 다정한 형식의 이 책은 성경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양한 기독교 교양과 지성을 대입해놓고 있었다. 서문에 저자는 자신의 대답이 기존 기독교 문법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꽤 발칙하게 여겨질 것이라 말했다. 그동안 자신이 읽었던 책들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아 각 장 말미에 주제의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놓기도 했다.

 

나도 모태신앙이지만 딸의 질문과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저자가 어떤 대답을 해주는지. 예를 들어 하나님아버지라고 하는 말에 대해 어떤 이단은 하나님어머니라는 말을 쓰기도 해서 왠지 모르게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론 의아했다. 굳이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을 안 쓰면 논란도 없을텐데 하나님의 성을 구분한다는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로 하나님에 대해 올바로 말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어쨌든 저자의 답변은 신학 언어의 본질인 유비로 해석해 풀어주고 있었따. 하나님과 아버지는 의미있는 존재적 연속성을 공유하고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고대 근동 사회에 한해서지만. 한편 또 다른 신학의 언어론 오히려 은유의 언어가 정확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피력한다. 아버지, 아들, 성령의 삼위일체를 어머니, 연인, 친구로 바꾸자는 어느 의견은 누군가의 느낌처럼 나 또한 이해는 하지만 불편하고 어색했다.

 

또한 교회가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 교회와 다른 생각을 펼친다면 단호하게 그것은 진리가 아닐뿐더러 기독교의 진리란 토론이나 논쟁을 할 수 없으며 선포될 수 있을 뿐이라는 내용에 대해 딸은 진리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독선과 아집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했다. 저자는 수사학을 설명하며 그동안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수사학에 대한 비난의 대열에 동참해왔음을 이야기했다. 수사학이 궤변이나 거짓의 동의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도 바울 역시 수사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었다. 기독교 인문학자 에라스뮈스는 우신예찬을 포함해 엄청난 명성을 얻은 인물이었는데 그는 무력이나 도그마 강요가 아닌 관용과 대화를 통해 인문학과 성서를 융합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가 살았던 종교개혁 시대에 그는 어떤 진영에 서기를 거부하며 방관자로 생을 마감했는데 저자는 그를 언급하며 우리의 미래가 에라스뮈스의 후예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저자 자신도 지도자가 누구든 단 하나의 진리만이 모든 사람에게 강요되는 나라엔 살고싶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날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에게는 열정보다 지성, 확신보다 회의, 순수한 신앙보다 폭넓은 신앙이 지향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고전과 철학을 아우르는 책들로 밀도있는 대답을 선사한 아빠인 저자에게 우선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모든 의견 중 동조할 수 없거나 불편한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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