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의 초상
김문 지음 / 십구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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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의 초상



 

두꺼운 단편소설집은 처음 읽어봤다. 그도 그럴 듯이 스물 여덟 개의 단편소설이 목차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500페이지나 되는 소설집이었지만 무겁게 느껴지는 제목과는 다르게 쉽게 읽혀서 좋았다. 책 속에 동봉되어 있는 목차엔 책에 나온 제목에 부제가 붙어있어 더욱 이해하기 좋았다. 이를테면 제주라는 소설엔 제주도 게하에서 직업을 바꿔 말한다면이라고 써있는 형식이다. 모든 소설은 가정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알라가 귀엽지가 않다면, 모든 사람들의 배꼽이 없어진다면 등 황당하고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소재와 내용이었다.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려있는 단편소설 중 일부는 19금으로 연령제한이 있는 내용이었다. 회색 내지로 따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제일 첫 소설과 끝 소설, 중간의 한 소설 총 세 작품이 포진되었다. 내지색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고 첫 페이지 <제주>부터 펼쳐 읽었던 나는 적나라한 성애묘사에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단편소설의 대부분이 여성이 화자가 된 주인공이라서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작가가 남성이라 오히려 상상력이 배가 된 기분이다.

 

<제주>는 직업을 속여 말하는 주인공을 통해 소유, 혹은 욕망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론 소외를 가리키고 있었다. 둘은 분명 동전의 앞뒤같은 것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에서는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득한 상실감을 느낀 보통 사람들이 등장한다. 정부에선 결국 잠DNA를 삭제했고 잠이 없어진 시대에 잠은 불법이었다. 잠은 인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적이었지만 잠을 자다 꾸는 꿈은 마치 신이 되는 기분인 것처럼 중독성이 강했다. 등장인물 선우는 잠에 빠져들어 8시간이 지나 꿈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경찰이 들어와 수갑을 채운다. 기발한 상상이었다. 소설의 소재와 그것의 전개가 흥미롭고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랑, 종교, 동물, SF 등 다양한 내용이 단편소설로 버무려져 있으며 끝이 나지 않은 미완성된 열린 결말이 독자의 생각을 묻고 있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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