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지는 것들
가재산 지음 / 작가와비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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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아지는 것들



 

이 책은 결국 15년동안 수필쓰기 연습의 결과물이다라고 소회한 작가의 문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도 일기를 비롯해 종종 수필을 쓰며 공모전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 나아가 책을 쓴다는 것은 산고에 비유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마모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닳아지는 것들을 돌아보는 삶 이야기라는 부제를 통해 저자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었다.

 

제목과 같이 닳아짐에 대해 고찰해봤다. 반복되는 행위들은 뭔가를 닳게 하는데 그 덕에 일상의 삶이 채워지고 새로움이 생기기도 한다. 자동차 타이어나 구두, 건전지 등 일상생활 가까이 있는 이러한 물건들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관찰하기 쉽지만 저자와 같은 철학적인 생각은 하기 쉽지 않다. 무릎 관절과 손가락 지문과 같이 우리 인간의 육체도 닳는다. 반면 근육과 굳은살은 오히려 자극을 반복하면 덧쌓이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도 그것과 꼭 닮아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마음 훈련을 지속하면 단단해진다! 닳는 것은 녹스는 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했다시피 오랫동안 쓰지 않아 낡고 녹슬어가는 인생과 열심히 사용해서 닳는 삶에는 차이가 있다. 난 꼭 후자를 택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수필이라 목차 순대로 읽지 않고 눈에 띄고 마음에 가는 제목을 따라 읽었는데, 그 중에 <가족 십일조의 힘><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가 인상적이었다. 자식들이 매월 받는 월급의 십분의 일을 그동안 키워준 부모에게 용돈으로 주도록 한 행위였다. 자발적이지 않는 한 요구나 강요로는 의미가 반감되므로 룰을 정하거나 제도화시켜서 말이다. 저자의 가족의 경우는 이것을 통해 대화가 많아지고 관계까지 돈독해졌다고 한다. 늘 주고받는 것이 있으니 서로 거는 기대나 바라는 것이 자연히 줄어들게 되었고, 돈을 받은 부모들은 반드시 그 이상을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되돌려주기 마련이니 요즘같이 결혼한 자식 찾아가거나 집에 자주 오란 얘길 하지 않아도 자동 해결되는 부분이 있어 좋은 것 같다. 한편 삼성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었던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는 말은 결국 남 탓이 아니라 나부터 변하라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나의 생각과 보는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저자처럼 글을 모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책을 쓰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지나온 삶에 대한 해상도도 높아진다는 말이 인상깊다. 인생의 닳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상기시켜준 저자께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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