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의 부활
김서하 지음 / 메이킹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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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부활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꽤 흡입력이 있어 어렵지 않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일상적이거나 스쳐 지나갈만한 소재를 건드려 잔잔하게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이 부러웠다. 음유시인 정현우님은 추천사로 이렇게 말했다. ‘김서하가 말하는 사랑과 슬픔은 햇살 없이 반짝거리는 투명한 애도라고. 우리에게 유일하게 머물다 간 장면들이 사소하게 혹은 전부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소설책의 제목과도 같은 <단 하루의 부활>부터 백봉이, 할머니의 방황, 흔적 모두 작가만의 언술적 특색이 드러난 소설이었다.

 

아버지의 기일 전날 아버지로부터 문자가 온다면? 이런 상상을 기반으로 스미싱을 접하게 되지만 이건 범죄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생과 사의 중간쯤이라면 그 아버지 번호로 온 스미싱 문자는 아버지의 죽음도 아프지 않게 다루며 오히려 기대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기쁜 소식이었다. 물론 화자의 오빠는 단번에 신고를 해버리고 말지만 엄마와 나는 죽음과 삶을 함께 느끼며 아빠 없는 서러운 빈자리가 이제는 더 이상 슬프지 않게 되었다. 소설 말미에 마지막 스미싱 문자가 너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진짜 죽은 아빠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을 테니까. 기억 속에서 죽지 않으면 살아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라는 작가의 말이 의 입을 빌려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한편 고모할머니의 교회를 찾는 방황기를 함께 한 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신이 왜 이런 고통을 나이 든 할머니에게 주는지, 또는 할머니의 보조를 맞춰 천천히 걷는 걸음에 대해 불평한다든지에 관해 솔직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내 본래 다니던 교회를 다니기로 하며 가족들의 눈초리를 받은 할머니는 그것에도 아랑곳 않고 소녀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이미지처럼 상상이 된다. 흔적에서는 물건을 새 것처럼 아끼지 못했을 때 오는 불안을 죄책감처럼 여기게 된 내가 수현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채점용 스티커를 붙여가며 멋대로 판단하진 않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든 새 물건의 포장과 상자 비닐을 벗기고 정리하는 습관에서 나아가 결벽증처럼 심해진 자신의 모 습을 보며 그런 행위를 해야 진짜 내 것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면서 식탁 앞에 서서 과도를 일부러 쥐고 제법 깊숙하게 힘주어 흠집을 내어 보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깊다. 주인공의 고집스러운 집착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정서적 교감과 성찰에 이바지해주는 회복탄력성을 발견하게 한다. 객관적인 세계를 내면화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부하게 할 수 있는지 이 소설을 읽으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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