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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 - 오늘도 잘 살아 낸 당신의 마음을 토닥이는 다정한 심리학 편지
성유미 지음 / 서삼독 / 2023년 6월
평점 :
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
책꽂이에 얇디 얇은 시집 한편씩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두께에 비해 심오하고도 깊은 내면의 성찰을 담은 시는 차마 꺼내들기 무거운 심적 부담을 주기도 한다. 읽기도 전에 심호흡을 한번 내뱉고 마음을 정갈하게 가다듬고 읽어볼 때가 많았던가. 어릴 적 칼랄 지브란이나 류시화의 시집류가 집안에 있었고 삽화를 곁들인 쉘 실버스타인의 시집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성경의 ‘시편’ 이야말로 문학적으로도 히브리 시의 정수를 맛볼 수 있지 않은가.
저자처럼 나도 위대한 시인들게 깊은 고 마움과 추앙을 드리고 싶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치유로서의 시가 얼마나 마음의 훌륭한 처방제가 될 수 있는지 또한 느껴본 바로써 이 책에 대한 설렘을 안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정신건강과 심리를 치료하는데 무척이나 유용한 도구가 되는 시에 어떤 작품들이 실렸을 지도 궁금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가 노래를 하나 배워왔는데 바로 ‘모두 다 꽃이야’ 란 곡이었다. 류형선님의 동요인데 가사가 한 편의 시였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로 시작되는 노랫말이 듣기 좋아 함께 외우고 있었는데 바로 이 책에 실린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자꾸 서운해지고 어린아이처럼 굴게 돼요>라는 챕터에서 때때로 참 ‘가지가지하는’ 내 마음에 대해서 이 노랫말처럼 다정한 말로 응답해주자는 저자의 말이 맴돈다. 나 자신의 못나고 부족한 부분까지 포근하게 품어줄 수 있다면 다 큰 것이다. 처음엔 모든 아이들이, 모든 사람이 다 소중하다는 의미로 와닿았는데 꽃을 자신의 갖가지 마음들로 바꿔놓으면 한층 새롭게 받아들여진다. 내 마음속 다양한 욕구와 감정은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소중한 것이기에 어떤 마음이든 꼭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참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을 들여다보며 최영미의 <사는 이유>와 칼랄 지브란의 <마음이 행하는 바를 따르십시오>가 소개되었다. 후자에서 ‘그대가 행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 마음속에 살고 있는 신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라는 마지막 문장이 내 마음을 위로해준다. 내 생각과 느낌이 보잘것없게 여겨져도 그것이 나의 내면 세계에선 정중앙에 위치해있어야 하며 난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하니까.
한편으론 친구관계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나만 잘해주는 관계 때문에 지친 적이 없는지 돌아보았을 때 상대에게 서운한 감정이 든다면 비즈니스 관계처럼 수지타산이 안 맞을 때 나타나는 마음의 브레이크인지 아니면 간극이 나의 결핍을 자극한 것인지 구분해볼 필요성이 있었다. 후자라면 내적 필요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고 자신에게 충실해야 상대에게 기대도, 실망도 없어진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관심이 나와 상대의 관계가 아니라 나의 내면으로 향해있으니까.
책은 이렇듯 약과 같이 따스한 시 한편을 상황에 맞게 추천해준다. 책 말미에 항우울제 대신 힘이 되어줄 시 처방전이 한꺼번에 모아져있으니 차분히 조용하면서도 깊게 읽어보고 싶다. 시와 심리학을 함께 이야기해본 저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