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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용기 있게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 수업
김소민 지음 / 스테이블 / 2023년 7월
평점 :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그동안 써온 기사와 칼럼을 토대로 에세이집을 낸 게 전부였다는 저자 김소민님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며 함께 하는 이들의 글을 첨삭하면서 왜 매주 한 편씩 글을쓰는 고행을 하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이들이 각자 알아서 쓰고 싶은걸 쓰고 합평하는 동안 여러 번 울컥했다는 저자는 글의 마력을 발견하게 된다. 쓰다 보면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자신에게 자기를 인증하는 셈이었다!
저자가 아무도 모르게 스승으로 모시는 친구가 한 명 있단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과 가족, 중요한 사람들을 관찰하며 쓴 일지같은 것엔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어떤 말에 화를 내는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지 꼼꼼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그 기록들을 보면 ‘내가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느낌이 들고 순간순간 잘 살았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올라가며 인생이 자기를 알아가는 항해라면 일기는 순항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등대같다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를 잘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쌓이는 것이다. 데이터에서 패턴을 파악할 수 있고 그것이 객관적일수록 신뢰할 만하며 글을 씀으로 조금은 더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소개된 40대 중반의 직장인은 자신이 사라져버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폐해졌을 무렵 자신이 본 영화, 읽은 책, 만난 사람, 소소한 일상 등을 가리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을 2년간 일주일에 두세 편씩 블로그에 올렸다. ‘내 시선에서 드러나는 나’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다는 문장에서 온전히 나를 위한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도 슬프거나 절망적일 때 더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무의식이 나를 살리려고 시키는 행위일지도 모르지만. 저자의 말처럼 글로 쓰면 슬픔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듯 말이다.
한편 몸이 고생할수록 글은 좋아진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저자는 이문영 기자의 웅크린 말들에서 은어를 살려 주인공들의 삶을 보여주는 모습을 소개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르포에 얼마나 시간을 썼을지 계산조차 안된다는 저자는 자신은 이렇게 깊이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본 적이 없음을 반성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싶다면 노동을 각오해야 하는 것 같다. 누군가를 취재할 때 사람을 글감으로 보며 글욕심이 많아질땐 꼭 동티가 난단다. 그 진심의 잔가지를 다 쳐내고 듣는다면 상대는 깊은 내상을 입기 마련이다. ‘정말’이나‘ 진짜’ 와 같은 말을 게으른 부사로 표현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이런 부사들이 싫은 까닭은 두 글자로 퉁치려 하기 때문. 문장이 생생해지려면 비유가 제격이다. 그것도 비유 나름이긴 하지만. 한국어에서 특히 발달했다는 수많은 의성어와 의태어들을 곁들여 참신한 어휘력을 발휘한다면 정말, 진짜같은 단어로 점철된 흑백영화에 색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나를 드러내고 돌보는 글쓰기의 힘을 통해 용기있게 나를 마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글쓰기가 나의 이야기를 가치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에 힘이 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