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수 있을 때 놀고 볼 수 있을 때 보고 갈 수 있을 때 가고
윤영미 지음 / 몽스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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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수 있을 때 놀고 볼 수 있을 때 보고 갈 수 있을 때 가고



 

가끔 1년전 오늘이라는 문구로 알림이 뜰 때가 있다. 저장해 둔 사진첩에 딱 1년 전 이맘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스템이랄까. 간혹 열어보면 1년 사이 참 많이 변한 것 같다가도 매일 매일의 일상이 그러하듯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삶은 조금씩 변한다. 그렇다. 사실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윤영미 아나운서는 오늘 읽은 이 책 <놀 수 있을 때 놀고 볼 수 있을 때 보고 갈 수 있을 때 가고>에서 다음은 없다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가고 싶으면 지금 가자고, 먹고 싶으면 지금 먹자고 외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음에 보자 말하지 말고 마음의 원이 있다면 그걸로 당장 행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이다.

 

세상은 기다려주지도 않고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장애와 돌발은 말마따나 언제나 투 비 컨티뉴. 2초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면서도 우린 영원히 살 것처럼 미루고 내일을 기약한다. 사람도 자연도 다 때가 있다. 그들의 때는 나의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맞출 수 밖에 없다. 4월의 앳된 연둣빛 새순도 시기를 놓치면 금세 지근한 진녹색으로 몸을 바꾸며 꽃은 내년에도 피지만 내가 내년에도 존재할지 그건 모르는 일이다. 저자는 지금이 중하다며 인생을 지금에 중점을 두고 살길 조언한다. 에세이 형식의 이 책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느낀 점을 유머러스라면서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테면 <꼰대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남이 남이 써준 축사 읽기, 단톡방에 꽃 사진 올리기를 필두로 남의 얘기 안 듣기, 항상 결론은 내가 정하기, 마지막으로 자기는 절대 꼰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기로 마무리 짓는 문장들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여기서 몇 개나 해당되나 손꼽아가며. <나한테 관심 없다> 에서는 요만큼 살아보니 남은 나에게 관심 없더라라면서 남의 눈치보고 살 필요가 없음을 시사한다. 남의 말은 사흘을 못 가며 연예인 가십도 며칠 지나면 다들 까맣게 잊곤 한다. 남의 글이나 남의 말, 자세히 듣지 않는 것도 사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비행기만 타면 죽음을 겪는다는 저자는 무사히 안착하여 휴대폰을 켰을 때 문자가 많거나 부재중 전화가 밀려있으면 왠지 자신이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단다. 길가에서 돈다발 줍듯이 자존감이 차오른다는 표현이 실감났다. 사 년 동안 백 번 훨씬 넘게 제주를 왕복하며 비행기를 탈 때마다 죽음을 묵상하니 삶이 조금은 성숙되어 가는 듯 하다고. 한편 <사실과 진실> 에선 각자가 각자의 고민으로 머리 위에 인두를 지진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 필사해두었다. 우리는 서로의 사정을 모르면서 인생의 교차점에서 내가 보는 그 장면으로만 상대를 판단한다. 카페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봤을 때 올레길을 걷는 등산복의 남자는 한가로운 팔자처럼 보이지만 몸이 알파 죽기 살기로 걷는 중일지도 모르는 일. 우린 의 사실과 의 진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젊은 오늘. 우리는 내일을 지향하지만 지금을 소중히 생각해야 하겠다.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을 누릴 권리가 있으므로. 영화 대사처럼 뭣이 중한디!” 라고 묻는다면 바로 지금!” 이라고.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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