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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난 여기 있단다
안 에르보 지음, 이경혜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3년 5월
평점 :
언제나 난 여기 있단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었는지는 떠난 뒤에야 새삼 절감하게 된다. 특히 가족과의 사별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읽은 책 <언제나 난 여기 있단다>는 죽음은 완전한 이별이 아니라 모습을 바꾸어 내 안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주를 위해 구석구석 할머니의 흔적이 남은 집을 찬찬히 보여주며 죽음을 삶의 또 다른 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림책이니만큼 글밥은 많지 않았지만(페이지별로 손주의 물음, 할머니의 대답으로 한 문장씩 적혀 있음) 기억처럼 선명한 색감으로 집안을 따스하게 그려내어 포근함이 느껴졌다. 이를테면 “언제 올 거야, 할머니?” 라는 이 한 문장에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주의 마음이 스며있다면 할머니는 “우리 귀염둥이, 우리 아가, 우리 해님, 우리 강아지 등 손주를 부르는 다양한 애칭으로 자신이 언제나 여기 있음을 대답해주고 있다. 햇볕이 안 닿는 곳에도 내가 있고 우리가 함께 다닌 길들을 떠올려보라고 이야기하며 항상 여기 있음을 다정하게 대답해준다. 빨래가 날리는 시원한 바람부는 옥상에도, 잡동사니가 늘어져 있는 거실 테이블을 보아도, 식구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액자를 보아도 할머니는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듯했다.
특히 작가 안 에르보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림작가로 인정받고 있어 이 책의 일러스트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우리 가정도 3대가 함께 살고 있는데 아이들이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안 보이면 찾고 궁금해한다. 특히 언젠가 아이들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떠나더라도 이 책처럼 집안 어느 곳에서나 그분들의 체취와 존재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죽음을 삶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며 여전히 함께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그림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