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탄생 - 호구력 만렙이 쓴 신랄한 자기분석
조정아 지음 / 행복에너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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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탄생






 

요즘 드라마를 보면 흑화되어 매운맛 경고를 퍼붓는 마라맛같은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의 난 호구 같은 토끼다. 저자 또한 그랬다. 소위 말하는 남들의 을질과 호구질에 맞서려면 성격적인 틈새와 감정적 결핍을 발견해 메꾸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유순하지만 예민한 성정을 지닌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심리 메커니즘과 신랄한 자기분석을 꼭 해보길 바란다.

 

각 챕터마다 드라마 대사가 삽입되어 있어 200% 공감되었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해 마지않았던 드라마들이라.(나의 해방일지, 동백꽃 필 무렵 등) 여러 사례를 언급하며 나와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 대조해보았다. F씨의 <이혼하고 싶은 헌신적인 아내> 편을 보면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불행이 학습되고 비슷한 환경에 처했을 때 쉽게 복원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았으나 닮아버린 자신을 보며 결국 자해했던 그녀는 헌신적인 자신의 태도가 남편을 숨막히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말한다. 착한 사람과 수동적인 사람은 다르다고. 어떤 의미에서 상대방에게 행하는 원치 않는 헌신은 폭력일 수 있었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만으로 겨우 현실을 견디고 있는 중이라면 므두셀라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데, F씨처럼 과거에서 도피하고자 선별적으로 좋은 기억만 떠올려 방어기제를 발휘하는 것을 의미했다. 나도 생존을 위해 나쁜 기억을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겨둔 적이 있었다. 기억을 왜곡해서라도 살고자 하는 심리가 아닌가 싶다.

 

<연약한 속살을 까발리는 사람들> 편에서는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해자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들 중엔 가장 가까운 가족이 의외로 많았다. 종종 선하고 착한 탈을 쓰곤 하지만 연약한 사람들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 그들의 틈을 파고들며 조련한다. 피해자들은 좀 자신을 좀 더 믿고 확신을 가져야 이들의 말을 분별할 수 있는데, 나쁜 사람들의 악의를 눈치챌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평판을 알아보거나 필요하다면 법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동조되고 감화되고 있다면 스톡홀름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들이 피해자에게 비교적 친절하게 대하는 것에 반해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불친절하게 대하며 불안한 상황을 만드는 특징이 있음도 비교해볼 만하다.

나는 책에서 통제 가능한 분노를 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를테면 화가 번지지 않도록 잠깐 정지하고 다른 생각을 하거나 그 공간을 벗어나 시원한 공기를 쐬는 것이랄지 스스로에게 집중하여 자존감과 자기애를 북돋는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평소 마음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하겠다. 분노라는 화를 초기에 진화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또한 수동 공격이라는 소심한 사람들의 필살기도 도움이 될 듯하다. 누군가의 부탁을 잊는다든가 의도적으로 일을 지연하는 등 애매하고 교묘하게 적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나를 공격하는 사람에게 가시를 세우는 능동적 공격성도 드러내야 한다. 우리의 저항이 더 이상 호구 잡히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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