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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걸었습니다 - 굽이지고 흔들리는 인생길에서 마음근육을 키우는 법
박대영 지음 / 이새 / 2023년 4월
평점 :
절판
흔들릴 때마다 걸었습니다
걷는 걸 좋아한다. 아이를 임신하고 배가 무거워져도 동네 안양천을 매일 1시간씩 돌았고, 아이를 낳고는 다이어트의 목적으로 출퇴근을 1시간씩 걸어 다녔다. 지금은 아이의 유치원 하원시간 때문에 여유롭게 걸어오진 못하지만. 걷는다는 건 길이 건네는 사유와 성찰이 더해져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아물게 만든다. 오늘 읽은 책 <흔들릴 때마다 걸었습니다>은 그런 점에서 탁월하다. 어느 추천사처럼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인생의 북극성을 선물해주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목차를 살펴보니 18편의 명서가 소개되며, 도보여행가라 명명한 저자의 여행길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순서대로 읽진 않아도 될 것 같아 가고 싶은 장소와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한 챕터부터 발췌해 읽었다. 우선 부모님의 카톡사진으로 꽤 오랜 시간 걸려있었던 설악산 대청봉부터 보았다. 저자는 정상에 올라 스산한 바람을 안은 채 특별할 것 없는 모습과 표정으로 바위 봉우리로서의 저를 드러내고 있는 대청봉을 마주한다. 온 힘을 다해 오른 정상이건만 늘 그렇듯 휑뎅그렁한 모습이라고. 어쩌면 사는 일이 그러하리라. 그나마 이곳을 올랐다는 작은 성취에 들뜬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그 뿌듯한 표정들이 반가웠다고 말이다. 한편, 산정에서 맞는 일출은 단말마 같은 찰나의 탄성을 봉우리 가득 자아낸다. 삽입되어 있는 대청봉에서의 일출 사진은 장관이었다! 나도 이러한 삶의 환희를 느껴보고 싶다. 행복이란 오해하기 쉽지만 각자 마음에 달린 문제이며 어떤 실체가 있는 게 아닌, 느낌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논쟁의 주제’ 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었다. 저자가 소개한 하임 샤피라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에서도 인생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며 어떻게 살 것인지 또한 스스로 발견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인의 기대와 시선 속에 사는 인생은 거울에 비친 그림자일 뿐이니까.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저자는 ‘걷는다는 것’ 이 일상을 떠나 몸과 마음과 길 사이에 놓인 긴장을 즐기면서 나아가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늦가을 죽파리 자작나무숲에서 영하 20~30도의 혹한을 견디는 자작나무를 고찰한다. 표피에 기름기가 있는데 자작나무는 불에 취약하여 ‘자작자작’ 타면서 내는 소리를 빗대 이름이 지어졌다 한다. 나무 입장에선 불행이지만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아주 유용하다. 화촉을 밝힌다는 표현에서 화촉의 재료도 자작나무였다는 사실, 알지 못했다. 신준환의 <나무의 일생, 사람의 마음>에서 평생을 나무 연구자로 살아온 신준환님이 ‘내가 본다는 것은 사실 내가 세계를 그렇게 구성한 것이고 다만 내가 그렇게 볼 뿐’ 이라고 말했다. 나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여행을 떠나고 변화된 나를 만나는 것이 행운일 것이다. 깊이 사유하고 성찰하며 생각의 근육을 키워갈 수 있어서 이 책을 두고두고 곁에 두고 읽어볼 심산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