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박물관 I LOVE 그림책
린 레이 퍼킨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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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박물관

 

어느 추운 날 아이가 하늘을 보면서 대뜸 질문했다. “구름이 얼면?” “?” 바로 대답하기에는 답이 떠오르지 않아 생각해보았다. “구름이 얼면 눈으로 내릴까? 우박인가?” 확신에 차지 않는 시원찮은 대답에도 아이는 신기한 듯 구름을 계속 올려다본다. 예기치 않은 질문은 날 사색하게 만들었다. 오늘 읽은 그림책 <모든 것의 박물관>은 아이만 읽을 동화책의 수준이 아니었다. 성인인 나도 깊은 몰입과 사색을 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수준의 책이라 봐도 무방했다. 마치 그림책의 형식을 빌린 인문철학책같았다. 수많은 저널이 추천하는 이유가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 속 박물관의 모습은 어떨까? 나도 이 모든 것의 박물관관장인 소년처럼 공상에 빠지는 적이 종종 있다. 저자인 린 레이 퍼킨스 작가는 때때로 여러분이 고요한 곳에 있는 걸 좋아한다면(설령 마음속에만 있는 장소일지라도),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다면, 또는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한다면, 바로 여러분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어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너무 거대하고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작은 부분을 한 번에 하나씩 보는 걸 좋아하는 소년은 자신이 본 것들을 자신만의 고요한 박물관에 두곤 한다. 상상의 박물관인 그곳에서 소년은 웅덩이에 있는 돌멩이가 섬이 되는 상상을 하며 끝없는 파노라마를 펼치기도 하고, 봄에 덤불처럼 생긴 치마를 만들어 입어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림은 단순한 일러스트를 넘어서 직접 오리고 붙이고 만든 모형을 삽입해 현실감을 높였다. 게다가 야상 덤불, 잘 가꾸어진 실제 덤불들도 실뭉치 등으로 만들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형상화해놓았다. 한편 그림자만으로 박물관 전체를 채우는 상상도 기발했다. 흔한 종류의 그림자들부터 예상치 못한 그림자까지 전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햇빛에 따뜻해진 잎사귀가 눈을 완벽한 잎사귀 모양의 구멍으로 녹일 때 그건 녹아내리는 그림자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또한 하늘 박물관은 이미 언덕 위에 있으며 늘 열려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고, 대개 새들이 있으며 때때로 비행기도 있는 매일매일 다른 박물관인 것이다. 하늘을 책이라 가정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한쪽은 흐리고 칙칙하겠지만 다른 쪽은 폭신폭신하고 햇빛이 쨍쨍하다. 레이스처럼 하늘하늘하거나 페이지를 넘기고 넘겨 온 우주가 나오면 가장 파란 색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소년의 관찰은 마치 시인의 그것과도 같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온 세상의 것들을 수집하고 바라보며 자신만의 박물관에 전시하는 기분. 참 신날 것 같다. 일상을 멈추고 눈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을 통해 나만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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