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의 탄생
전정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올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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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의 탄생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이런 전차로 어린 백성이 니르고저 할 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시러 펴디 못 할 노미 하니라 내 이를 위하여 어엿삐 녀겨 새로 스물여덟짜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하여 수비니겨 날로 브쓰매 편하긔 하고져 할 따라미니라

 

훈민정음 서문이다. 학창시절 줄기차게 외웠던 기억이 난다. 오늘 읽은 책 <자음의 탄생>은 생각보다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동화책이었다. 단순하게 한글 자음을 열거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만들어진 원리와 발음방법을 흥미로운 스토리로 꾸며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몽글몽글한 공기 덩어리들이 어둡고 울퉁불퉁한 동굴을 빠져나간다는 설정은 자음이 입속에서 어떻게 글자로 발음되는지 한글의 창제 원리와 제자 원리를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를테면 동굴 천장을 긁으며 먼저 나온 녀석은 기역이 되었고 천장에 세게 부딪치며 밖으로 튕겨 나온 녀석은 키읔이 되었으며 뒤따라 나온 꼬마 녀석들은 쌍기역이 된다는 것이었다. 소리를 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낯선 외국어를 발음할 때를 기억해보면 쉽게 이해갈 것이다. 우리 몸속에서 밖으로 나온 공기 덩어리들이 글자로 태어나지 못하고 사멸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의식적으로 제대로 된 발음을 하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자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무수히 많은 연습으로 한글을 발음하는 모습을 기억해보자. 세종대왕의 업적, 훈민정음을 통해 소리와 소리를 내는 모양을 두루 고려하여 만들어진 과학적이며 굉장히 독창적인 한글을 만들어냈음을 감사할 따름이다.

 

서로 꼭 끌어안고 톡 빠져나온 쌍디귿’, ‘하얀 바위 사이로 빠져나온 시옷’ , ‘뻥 뚫린 길 가운데로 느긋하게 나온 녀석은 이응등 혀와 이를 통과하면서 공기 덩어리들이 글자가 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자음은 이윽고 모음 친구들을 만나 제대로 된 소리를 적기 위해 서둘렀다. 어금닛소리, 혓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목구멍소리를 이렇게 창의적으로 만든 동화책은 처음인 것 같다. 설명하기 어려운 원리를 가장 쉽게 표현한 책 같아서 한글에 자부심이 느껴지고 애착이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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