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6 - 터무니없는 거짓말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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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6

 

탐험가이자 천혜의 이야기꾼인 저자를 검색하다가 파이프를 물고 사는 요른 릴의 사진을 보았다. 현재 그는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이었고, 인터뷰는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침대 머리맡에서 도와주었다. 책의 제목처럼 허풍담이라는 새로운 단편소설 장르를 만들어낸 덴마크 작가 요른 릴은 북극식 시크한 코미디이자 16년 묵은 자전 소설을 그동안 책에 풀어냈다. 벌써 6번째 바람잘 날 없는 사냥꾼들의 시트콤이다. 마치 거짓말일 수 있는 실화라고 소개한 허풍담 시리즈는 자연의 혹독함과 사냥노동, 기지 생활의 묘사를 매우 치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북극을 경험한 후 계속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오로라(북극광)를 연구하고 얼음을 측량하며 어떤 환상적인 해에는 외로울 때마다 캐나다에서 온 한 남자와 모스 부호를 사용해 체스를 두기도 했다고!

 

책의 등장인물들은 저자와 같이 그린란드 원주민이 아닌, 문명을 등지고 떠나온 유럽 출신의 북극 사냥꾼들이다. 낙천적이지만 투박하고 거칠고 원색적이다. 스무 명 남짓한 이들의 엉뚱하고도 익살스러운 일상을 요른 릴은 매우 정확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바다이야기>에서 사랑에 빠진 올슨이 북위 70도 혹은 72도 부근에서 백작 부인에게 청혼을 하고, 안톤은 그 둘이 무사히 결혼에 이를 수 있도록 여덟 줄의 시를 써줬으며, 매스매슨은 결혼이 탈장이나 치질처럼 숨통을 조이는 지병이라며 어설프게 조롱하는 모습이 유쾌했다. 빙산에 대고 우라질 놈!” 이라 소리치는 올슨을 보고, “내 친구, 나도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나는 시를 읊는 당신보다 염병이나 빌어먹을이라고 소리치는 당신이 더 좋아요!” 라고 말하는 부인의 모습 또한 재밌었다. 작은 페데르센이 하는 말이라든지 매스 매슨의 대화가 흥미롭다. <기생충>에서는 백작의 왼쪽 눈으로 지렁이처럼 길고 가느다란 피조물이 기어나오고 있었는데, 그것을 지켜보던 이들이 생뚱맞게 싸우다가 다치게 된다. 닥터는 그날 무척 바빴는데 매스 매슨의 불타는 엉덩이와 치아 조각, 볼메르센의 째진 두피, 시워츠의 두 동강난 귀를 치료해주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래회충인 이 기생충 때문에 일어난 소동은 닥터의 말로 일단락된다. “이런 건 의사 입문서에도 나와있지 않아.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고래회충이 이렇게나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긴 추위와 고독을 견디기 위해 이들이 사용하는 대화법은 생존을 위한 위트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마음이 분주할 때 이들의 모습을 보며 여유를 되찾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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