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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아저씨의 개 ㅣ 책마중 문고
세실 가뇽 지음, 이정주 옮김, 린느 프랑송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10월
평점 :
파벨 아저씨의 개
예전에 버스를 탔는데 파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쯤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나에게 “여기 앉으세요!” 라며 자리를 양보해주어 인상 깊었던 적이 있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신기했는데 양보라는 미덕까지 선보이다니 오히려 내가 더 부끄럽고 감사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읽은 책 <파벨 아저씨의 개>는 먼 나라에서 일하러 온 체류자 파벨이라는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린 여자아이 쥐스틴이다. 파벨 아저씨 이야기만 나오면 쑥덕거리는 동네 아줌마들 때문에 쥐스틴은 귀동냥으로 파벨 아저씨의 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개의 이름은 토비였는데, 얼마 전 쥐스틴이 키우던 고양이 푸푸피두가 죽어서 파벨 아저씨의 마음이 얼마나 슬플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쥐스틴이었다. 푸푸피두가 열병에 걸려 죽은 뒤, 그동안 그 고양이가 쥐스틴의 마음 속에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파벨 아저씨도 자기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 쥐스틴은 파벨 아저씨에게 선물을 준비하기로 결심한다.
외국인이며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문화도 다른 낯선 나라에 와서 산다는 건 참 힘들고 외로운 일일 것이다. 쥐스틴은 어느 날 뉴스를 통해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의 추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대목에서 왠지 파벨 아저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나...
쥐스틴은 푸푸피두의 그림을 그리며 ‘내 고양이를 그려주는 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주는 것’이라고 아저씨게 말할 것이라 다짐한다. 다음날 아침 그림을 들고 파벨 아저씨네로 달려가 초인종을 눌렀더니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분명 토비였다. 아저씨에게 그림을 건네자 환한 미소를 보였지만 이윽고 토비아저씨는 낯선 아저씨들을 따라 짐을 옮겨 싣고 토비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쥐스틴이 그린 그림은 아저씨의 딸 소피아에게 꼭 전해준다고 고맙다며 헤어지는 장면에선 참 슬펐다. 이 모습을 본 아파트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못하고 침통한 표정이었다. 토비 아저씨가 같은 아파트에 살던 것을 불평하던 트랑블레 아줌마까지!
쥐스틴은 개가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되면 앞으로 조심하리라 다짐한다. 그건 진짜 죽은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생겼다는 뜻일수도 있으니까. 토비를 키우게 된 쥐스틴은 푸푸피두의 초록색 이불을 내어주며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외국인 이민자를 편견 없이 대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모든 사람을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배우게 도와주었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도 다문화 외국인이 많은데 그들을 대할 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동화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