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동아시아 맞수 열전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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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동아시아 맞수열전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극 드라마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데, 오늘 읽은 <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동아시아 맞수열전>에서도 박열과 선덕여왕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물론 박열은 내가 이제훈을 좋아해서 본 영화이기도 했지만 덕분에 일제 강점기 박열이라는 아나키스트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게는 억압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한 연인 가네코 후미코가 있었는데, 일본인으로서 어릴 적 조선에 이주해 3·1운동을 경험한 뒤 도쿄로 이주한 여성이다. 그녀는 박열과 <흑도>라는 기관지를 창간하고 훗날 일본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무정부주의라고도 불리는 아나키즘은 법률이나 군대 같은 시스템이 개인을 억압하기에 국가 권력을 부정하는 특징을 지닌다.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들은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어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국제연대를 통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 그래서 박열이 일본인인 가네코 후미코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박열이 쓴 <개새끼>라는 시를 읽고 감명받은 그녀는 함께 흑도회 기관지를 만들고 의열 투쟁의 길을 걷는다. 이때 일본은 간토 대지진으로 인한 관심을 돌리고자 아나키스트들을 예비 검속이라는 미명하에 구금하기에 이르렀다. 옥중에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고 이틀 뒤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문장을 읽었을 때 가슴이 턱 막혀왔다! 이후 둘은 서로 다른 형무소로 옮겨졌지만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영화에서도 재판 중 옥중에서 두 남녀가 다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인물이 담긴 사진을 책에서 보고 더 기억에 남았다. 책은 정의 편에 선 후세 다쓰지라는 변호사도 소개했는데 현재 두 명밖에 없는 일본인 독립 유공자라고 한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대역죄로 재판받을 때 기꺼이 변호를 맡아준 인물이기도 했다. ‘더 생각해 볼까요?’ 라는 꼭지에서 질문을 던지며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지은 책답게 소개된 인물들의 고민과 선택을 함께 곱씹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동아시아라는 공간에서 시대별로 비슷한 길, 혹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한 인물과 단체를 비교, 대조하며 서술한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첫 페이지가 가장 최근인 역연대기 방식으로 구성되어 과거로 갈수록 점입가경 재미가 있다. 닮은 듯 다른 역사 속 맞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이야기를 가득 찾아볼 수 있다.

 



김부식이 왜 선덕여왕과 무측천을 나쁘게 평가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실 것. 고대 사회에서 여왕과 여황제로서 이들이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지, 그리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가 더할 것이다. 컬러풀한 사진 삽입과 지도, 역사적 장소와 문화재까지 볼 수 있어 시종일관 눈도 즐겁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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