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천재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 - 정재승, 김영하, 유시민, 손석희의 수사법
정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언어 천재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수사학이다. 2천여 년 전부터 서양에서 발전해온 수사법은 일종의 ‘동의’를 얻는 말 기술인데 말의 내용보다 말의 방법과 기법으로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동의, 기쁨, 놀라움을 주는 말의 기술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지구 최상위 언어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빌려 우리의 우주적 언어 활동의 폭을 넓혀볼까?

 

총 12장의 목차 중엔 공격과 방어의 기술부터 굽힘과 포용전략, 모순과 가심언어전략, 반복적 언어기술, 과장과 유머 등 다양한 수사법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는데, 난 먼저 내가 관심있는 쪽을 발췌해 읽어보았다. 억울하고 속상할 때 쓰는 좋은 수사법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소설에서 쓰이는 메타노이아, 즉 정정화법은 기독교적으론 자기 잘못을 정정하는 회개를, 수사학에서는 자기 말을 정정하는 화법을 뜻한다고 한다. 이것은 주장의 강도를 낮춰 직진하지 않음으로써 자기성찰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효과를 얻게 한다.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구절을 언급하며 이해도를 높였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화법은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보다 구체적이고 쉬운 방법을 제시하는 능력은 통쾌하기까지하다. 듣는 이에게 이정표를 알려주는 것처럼 기쁘게 만든다. 단순명료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 또한 감사와 존중을 받을 수 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도 ‘어떤 상황에서도’ 라는 간단한 비책을 알려줌으로써 환기만 시키면 방사능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효율적인 대답을 제시했다. 

첫인상은 모순적이나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신선한 주장이라는 걸 깨닫고 지적인 쾌감까지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역설들을 한 번쯤은 접해본 적 있을 것이다. 반대말 역설의 대가 오스카 와일드의 주장 ‘야심은 실패한 사람의 마지막 피난처이다’ 라는 말을 예로 들면 큰 꿈을 품는게 옳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소박한 꿈으로 만족한다면 그건 내가 실패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고 역설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상식 초월 화법을 사용하는 버트런드 러셀의 걸인과 백만장자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걸인은 백만장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는 첫 문장에 반감을 느낄 새도 없이 ‘대신 성공적인 다른 걸인을 부러워한다’ 는 뒷문장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공모전에 제출할 글들을 퇴고 중인데 이 책의 말하기 기법을 글에도 적용한다면 꽤나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 같다. 특히 감각적으로 묘사한다는 로알드 달의 ‘못생긴 얼굴’을 참고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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