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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녀오겠습니다 - 평범한 직장인의 회사 생활 분투기
이용준 지음 / 더로드 / 2022년 8월
평점 :

회사 다녀오겠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조언을 빙자한 군더더기 없는 생활밀착형 회사 적응에세이였다.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삽화가 흥미로워 책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수많은 퇴사와 이직의 유혹에 빠져 방황했으며 회사 생활이 싫어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회사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10년차 회사원인 저자는 회사원의 일상부터 업무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회사생활 분투기를 적어내려갔다.
마약과도 같은 직장인의 월급을 언급한 부분에선 한 달간 직장에서 겪었던 고달픔을 ‘잠시’ 없애주고 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이 동력의 중독성에 대해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저자는 아내가 월급을 관리하기에 소정의 용돈을 받아 사용하는데, 용돈이 통장에 꽂히는 날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2,300원짜리 치즈버거 단품과 중고서점의 책 한 권이 그것이다. 나도 월급날엔 시장통닭이라도 사갖고 들어가는 편이다. 기분전환이랄까?
저자가 인사팀의 신입사원때 K주임과 A사원의 싸움을 목격하고 둘이 조직에서 사라진 에피소드를 소개했을 땐 내가 전에 알바로 일했던 곳의 공익이 민원인과 싸우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한낮 일개 조직의 고용원일 뿐이고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직급이나 직책 때문에 자신이 대단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그러나 조용히 잘 돌아가고 있는 회사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여기뿐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퇴근에 대한 단상에선 상사보다 먼저 집에 가는 사람은 개념 없는 놈으로 낙인찍히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았다. 저자의 첫직장에선 직급 순으로 퇴근하기도 했다니 숨이 턱턱 막힌다. 내가 몸담았던 곳에서도 회식으로 자정에 퇴근(?)하던 상사분들이 다음날 아침 새벽같이 출근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게 생각났다. 회식자리에서 술 못 마시는 걸로 고통받은 후배들을 위해 공유한 기술, 술을 미리 버린 후 잔을 물에 따라 놓고 마시는 척하기, 마시는 척하고 도로 잔에 뱉기, 자주 화장실가기, 그냥 집으로 가기, 어설프게 취한 척 하기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유리한 정공법까지 언급해준 부분은 직장생활의 꿀팁이라 할 수 있겠다.
네 가지 상사의 유형을 삽화와 함께 봤을 땐 내가 속한 직장에서도 이 유형의 상사들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아무래도 게으르면서 똑똑한 상사가 최고의 상사라는 건 자명한 사실. 배울 것도 없고 몸만 피곤한, 부지런하고 멍청한 상사를 만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장소는 달라도 ‘직장’ 이라는 공간에서 직장인으로서 겪는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이 책을 읽는다면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동병상련이라는 이름 모를 위로와 함께.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