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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이와 차이 -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김원영 추천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우리의 사이와 차이

제목만 보곤 연인이나 친구관계의 거리를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을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하나의 신체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어떨까? 이 책은 세 살 때 척수근육위축증이라는 난치성 유전질환을 진단받은 얀의 이야기다. 성인이 되고 한 인간으로 거듭나기까지 권력적인 시선, 장애로 인한 수많은 분투, 정상에서 벗어나는 여러 방식, 대가를 치러야 하는 몸 등에 대해서 말한다.
건강해보인다는 말은 얀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 라는 의문 속에 자신의 신체와 관련된 미래는 불투명했다. 자신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야 한다는 현실이 말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모습으로 여유롭게 세상을 사는 어린이의 삶, 그것은 얀에게 어려웠다. 그는 분노하는 아이였고 지금도 여전히 분노한다고 말했다. 타인의 시선은 훈육과 통제였으며 응시의 대상인 얀은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의 의미를 예리하게 인식했다. 기관이나 수용 시설과는 관계없는 삶을 살았지만 종종 부모님께 자신같은 아이를 자식으로 두었기에 삶이 고달프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얀은 마크 오브라이언의 에세이를 읽으며 교차점을 많이 발견하기도 했다. 통제적 시선과 임상기관이 관통하는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랄까. 그러기에 스스로의 연약함과 취약성을 혐오했던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얀은 항상 예측된 삶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지인은 농담처럼 ‘얀그루에신드롬’ 이 있다고 말했고 얀은 그 말을 항상 기억하려 노력했다. 우리가 흔히 유전자가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진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는 얀은 돌연변이 때문에 삶이 제약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병은 한계를 만들었지만, 얀은 매년 이 한계의 벽이 조금씩 확장되는 조용한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책은 누군가의 말마따나 개인의 삶을 다룰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다루고 있었다. 자신의 경험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해 비장애인과는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신중하고 현명하게 그려낸 것이다. 신체의 한계와 자아 정체성을 고찰하는 문장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 책은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언어학 교수인 얀이 자전적인 삶의 기록을 문학작품으로 승화하였기에 멋진 회고록이라 생각한다. 노르웨이 비평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다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