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과 실성의 생활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실과 실성의 생활

 

  책을 읽고 저자의 위트있는 말투에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떤 기분이 들었다. 덩달아 스트레스마저 풀리는 기분.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 육아 3단콤보를 맞닥뜨리니 저자의 말대로 한층 짙은 농도의 감정 속에 사는 것 같다. 구질구질해서 차마 말하지 못할 날들(마치 어제같은)부터 아주 확고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들까지. 워킹맘이라는 공통점 아래 인생의 단맛과 쓴맛이 농축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제목처럼 성실과 실성의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담이 녹아있는 실제생활을 엿볼 수 있어 막연한 위로대신 아주 공감했으며 재미까지 있었다. 난 지금 시댁과 합가중이라 나만의 공간이 없는 상태인데 <1인분의 공간이 필요해>라는 글을 읽고는 눈물이 날 뻔했다. 저자는 출퇴근시간에 자차를 몰며 차 안에서 자유를 느꼈다. 난 뚜벅이라 어느날 출근길엔 쌩쌩거리는 차들로 시끄러운 육교 위를 건너며 펑펑 울었더랬다. 집에서, 회사에서 나라는 사람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모드로 운영하는 것만큼 힘든게 있을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절실할 땐 아이들이 모두 자고 혼자 화장실에 앉아 멍때리고 있을 때도 많았다. 그마저도 아이가 내가 없다는 걸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울기 전까지만 가능하다는 현실.

 

  시부모님의 대리양육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기기 시작하신다면 멘붕이 올 것 같다. 저자의 아버님 또한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으시고 6년간 대리양육을 해주시던 친정엄마께서 아빠의 간병인으로 포지션을 바꾼 뒤 저자는 원망과 죄책감이 뒤범벅된 감정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우리 아버님도 요새 몸이 많이 안좋아지셔서 얼른 홍삼을 사드렸는데 시부모님이 갈수록 아프신 곳이 많아지시니 마음이 괴롭고 힘들다. 육아의 도움을 받는 건 이렇게 복잡 미묘하다. 언제까지 부모님의 단물을 쪽쪽 빨아먹어야할까.

 

  얼마전 다자녀 기준이 2인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4인 가족 판타지>를 보니 일면식도 없는 사람부터 가까운 가족에 이르기까지 조언의 형태를 띤 강요와 힐난을 숨긴 질문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은 경우에. 그들의 질문은 4인 가족이 완성될 때까지 이어지는데 남의 가족계획에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지 모르겠다. 나야 이미 둘을 출산했으니 잔소리에서 제외되는 건가.

 

  저자의 워킹맘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고 위로가 되며 공감백배여서 읽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에필로그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감정기복의 낙차를 에너지 삼아하루에도 열두 번씩 웃고 우는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