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 일상에서 발견한 31가지 미술사의 풍경들
박상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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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미술관에 가야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 물건을 통해서도 고정관념만 버린다면 다양한 시선으로 눈 앞에 있는 작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읽은 책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은 일상에서 발견한 31가지 미술사의 풍경들을 이야기하고 있어 마치 도시가 나의 미술관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었다. 목차를 둘러보니 흥미로운 주제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언제부터 카메라 앞에서 웃었을까라는 질문부터 사진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그림을 가리키는 줄 알았던 사실주의에 대한 나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이야기, 예술가들을 매료시킨 전염병이었던 결핵에 이르기까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주제가 가득했다. 특히 코로나로 수년간 힘들었던 생각을 하면서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 결핵과 미술작품의 상관관계가 궁금했다. 뭉크의 아픈 아이나 모네의 카미유 부인의 죽음이 책에 삽입되었고 온 사회를 슬픔으로 몰고 간 이 질병이 19세기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낭만적인 시각으로 비춰졌다는 게 신기했다. 그 이유는 뒤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요절하는 젊은 여성이 그 당시 19세기식 비극의 여주인공에게 가장 걸맞은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결핵환자들은 체중이 빠지고 기력이 쇠하는 증세가 두드러지며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하얗고 투명했던 반면 볼과 입술은 유난히 핏기가 돌아 장밋빛이었다. 당시 미의 기준인 가녀린 모습의 표본이었던 것이다.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결핵은 그렇게 매력있게 표현된 것이다.

 

  종종 인물사진전을 보러 전시회에 가곤 했는데 사실 그곳에 가지 않아도 우리가 거리를 거닐며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작품 속 모델이 될 수 있었다. 길거리 사진 중 관객들이 좋아하는 사진은 피사체가 사진이 찍히는 줄 모르고 찍힌 이른바 캔디드 사진들인데 그것은 연출되지 않아 자연스럽고 의식하지 않아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워커 에번스의 사진 속엔 그렇게 뉴욕사람들의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이 잘 담겼다. 하지만 요즘 사정은 달라졌다. 불법 촬영이라 신고당할지도 모른다! 특히 길거리 사진의 불편한 진실은, 마치 서구열강의 남성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식민지 사람들을 흥미로운 동물을 발견한 듯 사진에 담아 기록하던 행위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운 환경과 처지를 알리려는 목적이라도.

 

  이 책을 다 읽고 거리를 둘러봤다. 사람들 하나하나, 건물들 하나하나가 의미있게 다가왔다. 마치 작품을 감상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예술은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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