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시는 하나님 - 12년간 제주도에서 무인카페 <산책>을 운영하며 하나님과 산책한 이야기,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기철 지음 / 한사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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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시는 하나님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찬양을 듣다가 오벧의 <주님과 호숫가를 거닐다> 라는 곡을 알게 되었다. “나 주님과 잔잔한 호숫가를 거닐 듯 또 하루를 살고 싶은데 내 마음이 시선이 이렇게도 분주해서 뺏기고 또 놓쳐버리고 시간이 흘러서 나이가 들어가면 깊어져만 갈 거라 여겼는데 바람에 날려가는 길가의 모래처럼 여전히 비틀거리고만 있네...(중략) 보이지는 않아도 그 진실함을 믿는 것 내 오늘이 어제와 다른 이유라는 가사가 내 마음을 울렸다. 오늘 읽은 <산책하시는 하나님> 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여 적어보았다.

 

  저자는 마흔 살의 나이에 식구들과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왔다. 신앙도 업도 모두 소홀하게 되면서 하던 야채장사를 접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에 더욱 막막했던 제주살이. 그는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린 자신의 신앙과 삶을 보며 다시금 주님의 손을 잡고 제주의 한적한 마을 바닷가 앞에 이끌려 도착했다고 회상했다. 애월 해안도로에 무인카페 <산책>을 오픈하고 12년째 운영 중인 저자는 비효율적인 무인카페를 운영하며 느낀 하나님의 임재와 사랑을 깨닫고 있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그곳을 산책하시듯 거닐고 계신다는 것을 말이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의문을 갖곤 한다. “아니, 도대체 가능한 건가요?” 무인가게가 제대로 운영되느냐는 말이리라. 얼마 전 뉴스에서 무인 빵집이 털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수십만 원어치 빵을 싹쓸이한 여자 도둑을 잡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니 3분만에 빵을 모조리 탈탈 털어가는 피의자의 모습이 나왔다. 작정한 듯 지문도, 얼굴도 알 수 없게 치밀하게 털어갔다. <산책> 도 무인카페라 하루걸러 한 번 믹스커피를 한 움큼 훔쳐 간다든지, 카페 내 비치해 둔 볼펜도 사라지는 단골메뉴라고 했다. 유리병 안 삼각 허브티나 커피 포트마저 통째로 가져가는 사람도 있었단다. 회의가 들었던 적은 결정적으로 돈 통이 몽땅 없어졌던 날이었다.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는 돈 통을 어떻게 털었을지 허무하기도, 이상하기도 했단다. 지인들의 조언으로 CCTV를 설치한 후로는 도난이 현저히 줄긴 했지만 무인카페를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 같은 이 마음.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마음 편하단다.

 커피값이 2,000원인데 어느 날은 2,500원이 입금되기도 한다. 본인만의 계산법이고 설명이 필요한데 가버렸으니 알 수도 없다. 추정컨대 남긴 포스트잇엔 얼음 사용값을 추가로 지불한 듯 하다. 700원이 찍힌 날은 도대체 무슨 계산인지 알 길이 없었는데 딸아이는 알까 싶어 물어보니 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다 냈을 거란 얘길 하더란다. 후에 알고 보니 잔돈이 없어 얼마만 내고 나중에 이체한 거란다. 입금자명에 소지섭이 찍히기도 했는데 그냥 확인하진 않고 조인성이랑 같이 와서 커피 한 잔 했다 생각했다고 웃었단다.

 

  저자는 무인카페 사장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의 여유로움으로 엄청난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입은 충분치 않았지만 효율적인 직업으로 바꾸려는 마음이 들 때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았다고. 바쁜 삶이 최고의 미덕인 요즘, 한가한 삶은 무능력으로 취급받기 일쑤지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떠나온 뒤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고 더 이상 두려워하진 않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제주에 정착하며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산책>을 운영하며 느낀 하나님의 세심한 돌봄과 사랑을 이야기해주었다. 자신의 일에 회의감이 들거나 고민이 되는 사람들은 저자의 경험담을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비효율적인 무인카페지만 거기서 느낀 기쁨과 감사, 평안을 가득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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