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
장성숙 지음 / 새벽세시 / 2022년 4월
평점 :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
언젠가 우리 아빤 이렇게 이야기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이 얘기를 아빠가 하려고 했는데 푸쉬킨(러시아 문학의 대문호)이 먼저 했다고. 풋! 웃음이 났지만 아빠의 삶은 이 신조대로 흘러가는 중이다. 평소 내가 누군가로 인해 화가 나거나 열이 올라와 있으면 아빤 종종 “냅둬~” 라든지 “그러거나 말거나~” 라면서 덤덤히 나를 위로했다. 오늘 책을 읽어보니 제목대로 가볍게 사는 것이 참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고 비워내는게 목차대로 애쓰지 않고, 미워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단순한 삶의 지혜가 실천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해서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는 것, 사람이든 일이든 무엇에 관해서건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 것(미워하는 것도 에너지를 쏟는 일이기에),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그 이상은 내려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 이러한 명제를 선택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지혜로운 삶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오래산 건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내 선택의 여지 밖의 상황도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앞서 말한대로 아빠가 평소 하는 말에 다 담겨있는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소제목과 함께 약 한 장의 분량으로 간단하면서도 핵심만 이야기하고 있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옳은 말이라도 중언부언하듯 나열하는 식의 전개는 지루하기 십상인데 이 책은 짧고 간결해서 금방이라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다. <그때 그때 가뿐히 말한다>에선 불편한 마음을 상대에게 곧바로 말했다가 화를 당할까 두렵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말이 합당하다면 상대의 반응은 상대 몫이므로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부당한 상대의 처신에 대해 개의치 말라는 것이다. 난 그동안 상대의 반응에 전전긍긍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말하지 않고 알아주기 바라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상대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의존’ 과 같은 것이라니 놀랐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말자.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건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일이라는 걸 시간이 갈수록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타인을 바꿀 수 없다>에서 사람이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역학 속에서 자기 나름으로 사고하기에 누가 난리친다고 쉽게 동조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운을 뗸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이상, 행복과 불행은 주변 사람(특히 배우자)과 맺는 관계가 결정하는 것이니 상대를 바꾸려 들지 말자. 나도 날 바꾸기는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또한 <가장 큰 위로는 존재다>에선 같은 얘길 되풀이하는 상대에게 처음 듣는 양 반응했던 저자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내용은 어디까지나 나눔을 위한 소재에 불과하고, 더 중요한 건 그 시간과 공간을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큰 위로는 ‘존재’ 라고 명명한 것 같다. 나 또한 친구, 혹은 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삶의 여정은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다.
30년 상담경력을 가진 심리학 교수 장성숙님의 저서인 ‘그때 그때 가볍게 산다’ 를 함께 읽어보자. 인생을 성찰하는 데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