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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만 더 있었으면
윤인기 지음 / 아우룸 / 2021년 12월
평점 :
10분만 더 있었으면
책의 제목을 보곤 손에 땀을 쥐며 OMR카드를 칠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시험 종료시간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답을 체크하던 나에게 ‘10분만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수필집인 이 책 <10분만 더 있었으면>도 저자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지적장애의 중년남자 이야기. 그 사람에게 할애하지 못한, 10분을 넘기지 못한 시간. 자신의 간장 종지같은 편협한 마음에 분노가 치솟는다고 자괴감을 토로한 저자의 말을 들으며 나 또한 누군가 길을 물었을 때 갈길이 바빠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고 지나쳤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어떤 이에겐 10분이 홀로 차 마실 여유로운 시간이지만 금융시장에선 끼니조차 제대로 때우기 힘든 금쪽같은 시간일 수도 있겠다. 10분이라는 시간을 통해 삶의 절대적 공식인 행복의 정의를 다시금 상기시켜 보았다.
얼마 전에, 99년생인데 가수 현인이 환생한 듯 신라의 달밤을 찰지게 부르는 20대 남자를 브라운관에서 보았다. 또 03년생인데 시골 할아버지 말투처럼 구수한 말솜씨를 뽐내는 소년농부도 보았다. 어리다고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본 내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들은 가장 ‘나’ 다웠다. 남들 시선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가장 나다운 것을 실천한 이들이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거지 뭐> 란 제목의 글에서도 저자는 ‘본인이 좋아하면 그 누구도 이러쿵저러쿵 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자기가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상대방을 판단하면 일반화의 결정적 오류가 된다’ 고 이야기했다. 타인을 내 기준으로 세워 그 잣대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수필 중간중간 ‘하늘 한 번 쳐다보기’ 라는 글을 통해 쉼터같은 글을 선사해주었다. 이를테면 경험담을 통해 회자정리나 거자필반과 같은 깨달음을 얻었던 이야기라든지 <각양각색 기다림의 무늬>라는 흥미로운 내용도 삽입되어 있었다. 말년병장은 끝이 있는 기다림이라면 20년차 무명가수는 끝이 없는 기다림이리라. 아기를 보면 며느리를 얻고 싶은 느낌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는 것도 그것이다.
‘어른이 읽는 동화같은 글을 쓰는 이야기꾼’ 이라 소개한 저자답게 수필집은 재미있고 교훈도 있을뿐더러 우리네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내어 두고두고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