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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 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고향갑 지음 / 파람북 / 2022년 1월
평점 :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소중한 한글자에 주목해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가 있었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법한 것들을 관찰했고 누군가는 무심한 시선으로 보았을 그것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온기를 더했다. 책머리에 저자는 무모한 결정이었다고 했지만, 속으로 깊이 영글지 못한 탓에 쉬 말을 뱉지 못하고 더듬거렸다고 했지만. 예순아홉 꼭지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고마운 산문집이었다.
난 ‘숨’ 이라는 제목의 글이 아주 인상깊었다. 세상에 쏟아지는 것들은 공기처럼 가벼웠다. 그 중에 말과 글이 있었다. 인간만 소리를 내는 건 아닐진대 입에서 쏟아내는 숨도 어찌보면 말과 글을 통해 소통하는 것과 다름 없다. 호흡하는 자만이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한 상처도 만만치 않다. 말로 입은 상처 또한 유일한 약인 말로 덮어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뱉는 말은 숨을 끊는 독일 수도, 숨을 여는 약일수도 있다. 저자는 말했다. 뱉는 입과 쓰는 손에는 뱉거나 쓰려는 사람의 깊이가 녹아있어 입과 손을 함부로 부려선 안 될 까닭이라고. 그것은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을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살아있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숨’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리라.
‘법’을 소재로 한 글에선 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1935년 미국 뉴욕의 야간법정에서 있었던 일로 동네 상점에서 몇 봉지의 빵을 훔친 댓가로 법정에 서게 된 할머니의 딱한 사정이었다. 처벌을 원한 상점 주인 때문에 현대판 장발장 사건처럼 여겨진 이 사건은 판사의 10만원 벌금형에서 그치지 않았다. 여기서 끝났다면 참 가혹했을텐데 판사는 자신의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 봉투에 담아 뜻이 있는 사람들은 함께 벌금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하여 걷힌 돈이 무려 57만 5천원이었다. 아직까지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통용되는듯한 현실에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이들에게 이 판사와 같은 모습을 바라는 건 무리일까?
한글자로 시작된 사유와 서정의 문장이 가득한 이 산문집을 읽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모두에게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