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A4용지 한 장 가득 수많은 단어가 담긴 종이를 주시며 소재를 골라 글을 써보라고 하셨다. 사과, 나무부터 용기, 사랑 등 추상적인 단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한 줄도 좋고 한 페이지도 좋으니 글을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때 기억이, 오늘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쓰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이자 변호사’ 인 정지우 작가는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독자에게 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글이 곧 삶이었고 삶이 곧 글이었던 그가 글쓰기에 대해 쓴 책은 기대만큼 반갑다는 누군가의 추천사가 와닿는다. 수많은 책들이 글쓰기의 노하우를 이야기하지만 이 책은 노하우 대신 노와이에 집중한다. 왜에 대한 고민 없이 어떻게 쓰는가에만 집착해온 우리의 습관을 되돌아볼 수 있게. 저자는 이야기했다. 글쓰기는 마치 몸에 익은 습관같이 ‘몸’ 이 하는 일이라고.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자리에 앉기보다 일단 자리에 앉아 ‘쓰는’ 것이다. 손가락이 움직이고 그 손이 마음을 이끌고 머리를 이끄는. 글쓰기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목차를 보니 더욱 궁금해졌다. <무맥락에 대한 인식>, <각자의 삶은 각자에게 전적이다>, <내 글은 내것이 아니다>, <쓰는 사람은 좋은 것을 얻게 된다>, <글 쓰는 사람에겐 증오가 많다> 등 눈을 잡아둔 제목의 글들이 많았다. 특히 <불편함이 없는 글은 없다>에서 아무리 선의로, 누구도 상처 입히려는 의도 없이 쓴 글일지라도, 그 글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는 문장이 뼈를 때렸다. 그렇다. ‘나의 표현은 그 누군가를 반드시 불편하게, 때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sns에 아기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물론 너무나 이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왜 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겐 아직 임신을 힘겹게 기다리는 몇몇의 친구들이 있었다. 그네들이 보기에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쉽게 올릴 수가 없었다. 글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육아의 힘듦을 얘기한다면 누군가는 그 글을 보고 ‘배부른 소리하네’ 라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다. 모두의 상황은 서로 다르므로.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불편하더라도 내가 잘못된 것도 아닌 것이란 작가의 말에 위안이 된다.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작년인가 수필 2점을 내어 어느 문학상에서 입상을 했는데 내가 쓴 글을 읽어보니 증오가 담겨있음을 발견했다. 저자도 말했다. 글쓰는 사람에겐 증오 혹은 분노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고. 정확하진 않지만 글쓰는 일이 애증에 깊이 엮인 듯 느껴지는 건 자신의 솔직함이 그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동시에 헐뜯기는 일을 겪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저자는 서른이 넘어가며 가능한 한 인생에서 사람들을 덜 증오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글을 통한 증오의 표현 또한 나를 치유한다면 꽤 괜찮은 일 아닐까?

  글을 씀으로써 ‘글쓰기’ 가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더욱 피부에 와닿게 느껴졌다. 적어도 ‘쓰는 사람은 좋은 것을 얻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백지와 가장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일’은 때로 가장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깊이를 넘어서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