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의 기술 - 감정 전달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
피터 거버 지음, 김동규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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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기술

 

  최근 종영된, 매주 즐겨보던 TV프로그램중에 <극한데뷔 야생돌>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올 추석 즈음, 그러니까 내가 출산하고 나서 산후조리원에서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주 종영하기까지 본방사수를 놓치지 않았더랬다. 아이돌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로 구성된 45인의 야생돌들이 기존의 철저한 관리와 판에 박힌 정형화된 시스템에서 벗어나 본능적 매력을 깨워 정글같은 야생에서 살아남는 서바이벌 생존 오디션이었다. 최종 7인이 선발되기까지 과정은 눈물겨웠다. 시청률은 잘 안나왔지만 회차가 거듭할수록 이야기가 쌓이고 그들에게 감정이입되어 함께 울고 웃었다. 그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 협력과 좌절 등 다양한 스토리에 매료되었다. 우리가 무엇에 빠지게 되는 건 단순한 사실 자체보다는 그것에 덧입혀진 스토리에 울고 웃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각설하고 오늘 읽은 책 <스토리의 기술>을 통해 데이터 꾸러미와 스토리의 차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자가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친다면 후자는 사람의 마음과 젓인, 행동과 지갑까지 여는 독특한 힘이 있다. <레인맨>,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수많은 영화를 제작한 저자 피터 거버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락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행동을 촉구하는 뚜렷한 목적을 영화에 담았었다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먹히는스토리가 성공의 비결인 셈이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반전이 없는 그것은 볼 필요도 없이 실패작이란 것을 알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스토리가 전율을 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놀라움이라는 요소는 꼭 들어가야 한다. 위장된 병력 운반 수단이던 트로이의 목마 신화라든지 저자가 가보았던 보더 그릴 식당의 운영 철학에서도 그 모험과 열정이 스토리로 녹아들어있었다. 그렇다면 관객, 혹은 독자, 고객이 느낄 감정의 4가지 연료는 무엇일까? 책은 이야기한다. 진정한 영웅, 공감을 이끌어 내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감동을 더하는 드라마, 각성을 부르는 진실의 순간, ‘에서 우리로 승화된 유대감이 그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언급한 유대감이 중요한 이유는 설득력있는 스토리의 본질이 바로 경험을 공유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알려준 이 책은 배경 스토리의 잠재력, 내 이야기의 청중은 누구인지, 감동의 원천은 무엇인지, 통제를 포기하고 청중에게 넘겨주어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적응과 변화, 조정을 거쳐 결국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넘겨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청중이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해 화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은 스토리텔링 기술 중 가장 불편한 진실이기도 한데, 어느 누구도 타인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영화 감독은 모든 직업을 통틀어 통제를 포기하는 일을 가장 어려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복잡한 영화제작의 과정 속에서 작가, 디자이너, 제작자, 배우 등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며 양보해야 스토리의 틀을 짜고 보존할 수 있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스토리의 힘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배우고 싶다면 정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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