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 문예단행본 도마뱀 5
이병철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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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

 

  사람이 아무리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요즘의 나는 정말이지 혼자 있고 싶다. 코로나19같은 전염병으로 인한 거리두기로 반강제적인 방콕 생활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온전한 의미의 혼자는 아니다. 물리적으로 외딴 무인도에 산다면 어떨까? 당장은 만족스러울 것 같다. 그곳에 가는 순간 나라는 존재 때문에 더 이상 무인도가 되진 않을 테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 자발적 고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이유는 시간만이 약인 육아 때문이다. 워킹맘인 난 회사를 퇴근하고 나면 집으로 2차 출근한다. 게다가 아이가 둘이다.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유아시기.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에서 김하나님의 <엄마에게는 나만의 무인도가 필요하다>를 읽고 고개를 수없이 끄덕이며 공감했다. 페이지 곳곳에 밑줄을 그어가며. ‘나는 어쩌자고 결혼과 출산이라는 제도권 안으로 기어들어와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라는 문장에 한숨이 나왔다.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나의 선택이다. 끝없는 육아 중노동의 반복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시기라 더욱 와닿는 문장이 되었다. 출산은 고립이란 단어의 대체어란 말에 동의한다. 육지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타인들과 보이지 않은 섬에 갇힌 난 함께 있어도 섞이기 어려운 존재가 된 듯하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저자처럼 육아라는 이름의 무인도에서 곧 탈출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음을 기대하며.

 

  열다섯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문예 단행본 도마뱀에서 무인도라는 주제로 글을 내었다. 휴식처나 도피처 혹은 고립과 외로움이 상징이 되기도 한 이 공간은 쉽게 접할 수 없기에 더욱 상상을 자극하고 머물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현호 시인의 <세상의 거의 모든 순간>에서는 무인점포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집 근처 지하철 역사 안에도 부대찌개를 파는 무인점포가 생겼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자판기에서 물건을 꺼내듯 사람 없이 그것을 살 수 있다. 저자는 무인점포를 이용하며 어딘가 서운했다고 한다. 단골집 사장님과 안부를 주고받는 일도 없어지고, 곧 드론이 모든 것을 배달하는 시대가 올 것 같은 아쉽고 두려운 미래 때문이다. 그런 생각 끝에 인기척 없는 새벽의 방이 마치 무인도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몸을 맡긴 채 표류하다 아무도 살지 않은 섬에 도착한 듯. 하지만 혼자 있는 방은 빈방이 아니다. 이미 나라는 인간이 있으니. 단지 마음속 깊이, 홀로 있는 것은 무인과 마찬가지로 느낄 뿐이리라. 종종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리스트를 꼽곤 하는데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실 내가 무인도에 갇히는 일 자체가 벌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니 가져갈 물건도 말이 안 되는 것으로 골라도 되겠지. 이를테면 사람의 눈빛이나 온기, 귓속말, 아무도 살지 않지만 무인도는 아닌 마음 같은 것.’

 

  무인도를 소재로 한 실제 삶의 공간으로서의 현실, 다양한 예술작품, 인문학적 시선으로 본 그것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결국 무인도를 이야기하면서 우린 시선과 발길이 닿는 유인도를 소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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