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민한 엄마입니다 - 예민한 내가 만난, 예민한 아이
송희재 지음 / 북드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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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민한 엄마입니다

 

자타공인 지금이 나의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같다. 둘째를 출산한 지 100일 되었고, 첫째는 미운 4살이다. 출산휴가를 끝내고 얼마 전부터 출근했는데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다. 둘째를 재우려 하면 첫째가 방해하고 내 옆을 떠나지 않는다. 마음은 알지만 고역이다. 체력도 인내심도 바닥나기 직전이다. 폭발하기 직전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예민한 엄마입니다난 무던한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육아를 하면서 이렇게도 화가 많은지 처음 깨달았다. 저자는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를 키우며 내면의 예민함이 올라오기 마련이므로 모든엄마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며 프롤로그의 문을 열었다. 속된 말로 존버하고 있는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육아가 힘든 이유? 실제로 힘들기 때문이고 그냥, 원래, 본질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특히 코로나 19같은 돌발상황이 지속되는 요즘 내가 바꾸거나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 불안감이 가중되어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전염병 종식이 요원하니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더욱 버거워진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힘든 이유는 노동의 강도나 난이도를 떠나 통제감이 없기 때문이란다. 정말 일상의 소소한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님은 화장실을 갈 때조차 첫째는 문 앞에 세우고, 둘째는 업고 들어가셨단다. 그렇게 볼일을 봐야 하는 것이다. 나도 애 엄마라 뭘 먹는 건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없을 때가 너무 많다. 육아가 힘들다는 건 이미 많이 애쓰고 있다는 증거이니 저자의 토닥임에 위로를 얻어보자.

 

어머니가 둘째를 며칠 돌보시더니 첫째는 양반이었다며 하루종일 울고, 안아줘도 운다며 이런 애는 처음 본다 하신다. 기질적으로 좀 더 예민한 것 같긴 하다. 책에도 아이가 엄마를 골라 온다는 말을 언급하며 기질적으로 더 힘든 아이가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특히 등센서가 심해 안고 흔들어줘야만 겨우 자는 편인데 유난히 잠을 못자는 아이에게도 사정이 있다고 한다. 원시적 뇌인 편도체가 발달되어 있어 늘 위험을 감지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라고. 이렇듯 규칙성이 낮은 기질의 아이들은 로봇처럼 틀에 맞춰 키울 수 없다. 가장 인간적인 육아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어머니는 손탔다며 신생아 때부터 안아줬던 것에 대해 한 말씀 하시고 난 죄책감이 든다. ‘언제부터 아이를 안아주고 재워주고 보듬어주는 것이 죄가 되었나라는 문장이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책엔 육아 우울증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 나도 약간 해당되는 것 같았다. 일종의 억울한 우울증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비정형적 우울증이라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울증을 의심하기 쉽지 않은데 엄마들의 우울증엔 이러한 비정형적 우울증이 많다고 한다. 식욕이 감소하기보단 오히려 폭식이 나타나고 과수면 증상이 나타나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다. 우울하지 않아도 우울증일 수 있다는 말에 나를 돌아보게 된다. 엄마들은 단순히 우울하기보다 주로 화가 나는 화병의 모습으로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니 앞서 처음 말한 대로 내가 화가 나는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심리상담으로 찾은 안전 기지, 불안한 아이에게 보여준 극애착 육아, 적극적 행복 세팅, 남편과 나는 한 팀과 같은 소제목으로 현재 육아전투를 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매 순간 불안함을 느끼지만 그것이 결코 독이 되기보단 섬세함과 민감함으로 무장되어 우리 아이를 좀 더 수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예민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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