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계의 모든 말 - 둘의 언어로 쓴 독서 교환 편지
김이슬.하현 지음 / 카멜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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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의 모든 말

 

  이 책을 읽고 여중생 시절 친구와 교환일기를 나누던 생각이 났다.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를 다닥다닥 붙이며 꾸미고, 누굴 좋아한다느니 같은 그 당시 최고로 중요했던 나의 비밀까지 공유하며 썼던 일기를 또 다른 3자에게 보여주며 일단락났지만. 피식 웃음이 나는 과거를 뒤로 한 채 이번 서평도서를 집어 드니 91년생 동갑내기 작가의 서른 통의 편지가 적혀있었다. 서로 읽은 책들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준 책 속 글귀를 공유하며 그들 세계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 이 감각 일지는 이슬, 현 두 작가만 공유하던 이야기에서 독자인 나도 끼어들어 읽을 수 있어 고마웠다. 그 연결통로의 문을 우리에게도 열어주어 말이다. 김여진 작가의 말대로 노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편지에 나오는 이탤릭체의 인용 구절을 밑줄 그으며 나도 찾아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이 생겼다. 그리고 두 작가의 일상을 오롯이 엿볼 수 있어 보물상자를 연 것처럼 흥미로웠다. 문보영 작가의 <배틀 그라운드>를 소개하며 이슬 작가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공포, 정확히 얘기하자면 좀비물을 패러디한 좀비물이라는 사실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패러디, 클리셰를 설명한다. 이슬, 나라는 패러디물을 가장 재미있게 시청할 사람은 아무래도 너, 현이일 것 같다며 역시 원작이 낫네요! ㅉㅉ과 같은 별 한 개짜리 평점을 줄 거라는 예상은 재미있었다. 상대의 촌철살인에 순수하게 패배할 거라며 그 패배가 문보영 시인이 말하는 사랑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말에 세 줄로 표현한 그 사랑이 이것이다.

방해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합시다

뒤로 다가가 발로 찹시다

너는 넘어지는 방식으로 세계에 포함되었습니다.’라고.

 

  현 작가가 한수희의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를 읽고 이슬에게 쓴 편지는 인상 깊었다. 글을 쓸 때 가장 용감해지는 순간은 모든 게 상상으로 존재할 때.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았기에 자신의 부족함을 외면할 수 있고 한계에도 부딪히지 않았기에 꿈도 크게 꿀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엉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할 용기, 형편없는 결과물을 마주할 용기를 갖고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서로의 용기가 되는 순간이 참 좋다고 한 말에도 수긍한다. 옆에 있는 누군가 덕분에 마음껏 믿고 넘어질 수 있는 사람. 괜히 한번 엄살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대범하지 못한, 평범한 보통 여자들이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직면하면서도 끝내 만들어낸 것들...’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고 사유하고 그것을 가장 친한 이에게 이야기하며 둘만의 언어로 포옹하는 모습이 부럽다. 나도 내가 관찰한 것을 소리내어 이야기하며 내 안의 슬픔과 기쁨을 당신에게도 알리고 싶다. 부디 두 팔 벌려 안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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