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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꽃말
김윤지 지음 / 이노북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각자의 꽃말
꼭 손잡고 싶은 책을 만난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장마철이 시작되는 여름이지만 꿉꿉한 날씨와는 달리 쓸쓸하고 처량한 찬바람이 부는 마음이 들 때 이 책을 만났다. 그래서 더욱 반갑다.
저자 김윤지님의 친필사인을 보니 손글씨가 정겹게 느껴진다. 그녀의 여러 감정과 생각 같이 형태가 없는 것들을 형태로 남긴, 이 책이 친구의 편지처럼 소중하게 보인다. 나만의 찬란한 꽃말을 피우길 바란다는 바람대로 나에게서 나는 내음이 꽃과 같이 향기로웠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에 책의 제목만 보고 꽃들의 꽃말들을 모아 적어놓은 책인가 싶었다. 이를테면 나팔꽃은 ‘기쁜 소식’, 라일락은 ‘아름다움’, 수선화는 ‘외로움’ 과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차원적인 내용의 책이 아니었다. 독자를 꽃과 같이 여겨 사람마다 느껴지는 것들, 각자의 사연대로 피우는 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꽃을 피우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들이 고되지만, 제풀에 꺾여 사라지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고. 이 말을 들으니 얼마 전 실종되었다 주검이 되어 돌아온 고3 수험생의 뉴스 기사가 떠오른다. 아직 그의 서사가 2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자살이라면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무게가 있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도 어른이 되어보니 당연해 보이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나이가 된 것 같다. 마치 마냥 울 수 없어 숨죽여 울게 되는 나이랄까. 이 책의 문구가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책은 에세이집으로서 짤막한 글들과 함께 일상의 풍경을 찍어 함께 보여주었다. <사랑은 공기>, <각자의 꽃말>, <시간이라는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 <저마다의 삶>이라는 주제로 우리네 삶을 다루었다. 번외로 <꽃말 우편함>을 통해 직접 손글씨로 내 마음을 적는 빈칸이 마련되어 있었다. 난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이 너무 좋아 나에게 오늘 스스로 수고가 많았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의 가사 같이. 날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