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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그만 - 이지연 풀꽃그림책
이지연 지음 / 소동 / 2021년 6월
평점 :
비야, 그만
꽃누르미라는 어여쁜 말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일본식으론 ‘압화’ 라고 하는데 사실 나도 후자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릴 적 은행잎과 단풍잎을 말려 책갈피를 만들었던 정도였는데, 이 책을 보니 풀과 꽃이 그림책의 물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작은 풀잎, 절화, 낙엽 등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색과 모양을 생생히 살려 스토리텔링을 이어갔고 삐뚤빼뚤하지만 정겨운 손글씨로 말풍선을 달아 아이들에게 친근한 만화 같은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오색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색깔의 꽃들이 펼쳐져 있어 정말 예뻤다.
이 책에 사용된 꽃들이 맨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어서 궁금했던 꽃들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벼룩나물, 천조초, 토끼풀, 기생초, 콩다닥냉이 등 이름마저 귀엽고 신선한 식물들이 많이 있었다. 무싸엔다라는 나뭇잎으로는 길을 만들어 동네를 이어주었고, 호박넝쿨을 돌돌 말아 달팽이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해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시켜 주었다. 좀 더 자연과 친밀해진 기분이었다.
저자는 부록으로 꽃누르미 방법을 한 장의 종이로 요약해주었다. 풀과 꽃, 잎을 채집할 때는 맑은 날에 채집할 것. 젖은 잎은 말라고 색이 안 예쁘단다. 그렇다고 모두가 함께 보는 꽃과 보호식물마저 채집해선 안 된다. 채집한 식물을 눌러 말리는 건조매트, 혹은 책을 이용해 5~10kg 정도 무겁게 눌렀다가 일주일쯤 뒤에 꺼내면 된다. 톡 부러질 정도면 잘 마른 것이라고. 핀셋을 이용해 집고 특히 꽃잎을 붙일 때는 목공풀을 조금 찍어 바르거나 투명 실리콘을 이용해도 된다. 스프레이풀을 이용해 임시로 고정하기 위해 뿌리기도 한단다. 마른 꽃잎이 부서지지 않게 하려면 투명 테이프를 덮어주거나 코팅을 하는 방법도 있었다. 가장 익숙한 코팅 책갈피도 있지만 제시된 액자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꽃누르미라는 작업을 통해 어여쁜 풀꽃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