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나를 만나다 -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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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를 만나다

 

  혼자 떠난 제주와 숲이라는 공간, 그리고 오후 세 시라는 시간에 저자는 자연과 공존하며 지냈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자기의 시간 속에서, 공간 속에서, 그리고 관계 속에서 어떻게 그것들과 관계하며 사느냐의 맺음일 거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 셋 사이에서 사람의 힘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많은 것을 걸치고 있던 일상이 쉬이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제법 간소하고 단순해짐을 경험했다는 저자는 삶이 가벼워지고 조금은 외롭지만 많이 넉넉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제주에 도착해 해변에 있는 카페에 앉아 혼자 밥을 먹고 차를 마시니 시간이 느리다는 SNS를 올리며 오랜만에 맞는 여유로움, 달게 마신다라고 썼다. 그동안 일상이 나를 붙잡고 놔주지 않은 것인지, 자신이 일상을 쥐고 달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온전히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2년 전 은혼식을 맞아 부부가 제주를 함께 갔지만 배우자와 묵언수행을 했던 시간들을 에피소드로 엮은 글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침묵만이 살 길인 것처럼 부부는 최선을 다해 묵언수행하며, 산티아고는 순례길, 제주 올레는 묵언수행길(?) 이란 문장을 남겼다.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전날, 결혼해서 지금까지 변함없는 패턴으로 싸우며 서로 감정이 상해있던 부부는 경치가 아름다운 길을 걸을수록 스스로 그곳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속상함이 커져만 갔다고. 살수록 서로를 점점 닮아 데칼코마니같은 부부가 되는 것 같다. 둘이 똑 같아서 그런 것이라며 한 사람만 달랐어도 말 안 하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란 자조를 하는 저자. 기혼인 나도 공감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에세이에서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나에게 반하다였다. 32도의 땡볕에서도 산책이 아닌, 운동을 하러 단단히 준비물을 챙기고 오솔길로 들어선 저자.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땀이 많아질수록 더욱 기분이 상쾌해졌다고.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쉬이 주어지지 않지만 얻고 났을 때의 만족감은 힘든 것에 비례한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고 말한다. 무더위 속에서 한가득 땀을 흘리며 열심히 걸은 나 스스로에게 호감을 느꼈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기대치가 높지 않은 저자는 스스로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자주 감동하고 기뻐한다고 말했다. 전문 용어로 회복탄력성,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긍정적 태도다. 자신의 눈높이에 딱 맞춘 자존감으로 오히려 자신감도 높아지고 새로운 일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니 독자인 나도 스스로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

 

  홀로 제주에서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를 찾는 경험을 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부럽다. 그곳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는 모습을 보니 나에게로 향한 에너지를 통해 타인마저 아름다워보이는 일거양득의 효과까지 생기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나의 평온함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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