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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고민 덕후 변호사의 슬기로운 인생 상담
배태준 지음 / 북스토리 / 2021년 6월
평점 :
사는 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목대로라면 법대로만 살면 되니 고민할 필요가 없겠다. 하지만 사는 건 개개인마다 천가지 만가지 모양이다. 그래서 천태만상이다.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 이 책은 고민의 미덕과 가치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답은 없지만 함께 고민한 흔적이 내담자들의 무거운 한숨을 좀 더 가볍게 만들어준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이기에 법률지식만 난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오산. 인간의 보편적인 갈등 상황에 함께 직면하며, 실제로 팟캐스트나 고민상담카페 등을 통해 상담한 내용을 기초로 엮은 책이다. 실패에 관한 고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결혼과 연애의 괴리, 육아에 대한 고민 등 나에게 모두 해당되는 것들이 제시되어 있어 눈여겨보았다.
두 돌 정도 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내담자는 육아의 힘듦에 대해 말하면서 인간적으로 너무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나도 곧 세 돌이 되는 아이가 있고, 또 둘째를 임신중이기에 육아의 고통에 대해 누구보다 공감한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느 것 화나 힘들지 않은 것이 없다. ‘육아만’ 할 수도 없다. 살림도 하고, 가정도 챙겨야 하며, 맞벌이로 일도 해야 한다! 물론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힘든 건 힘든 것이다. 저자는 완벽한 육아는 없음을 강조하며 정신적으로 부담을 조금 내려놓을 것을 권한다. 육아나 살림에 대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과 자책을 너무 올릴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탓하는 것도 금물. 맘카페에 가보면 육아로 지친 엄마들의 고민이 수십건씩 올라와 있는데, 그녀들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인생을 야구에 빗대면 10타수 3안타란다. 나도 고3때 수능을 그다지 잘 보지 못했고 동생은 재수를 했음에도 점수가 더 떨어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가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문제는 모두가 실패를 하는데 그 실패에서 얻어가는 것들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능력이 부족했을 수도, 혹은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분석이 끝나면 대책을 세우면 된다. 저자는 무작정 노력하는 것보다 방향성이 앞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력을 하면서도 객관적인 검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한 번 실패했다고 아예 포기하는 것. 그렇다면 성공도 없다.
책은 각 고민상담을 이어나가면서 ‘하나 더, 변호사의 조언’ 이라는 코너를 뒤에 실어 법적인 이슈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누군가가 나의 고민을 조용히 들어주고 삶의 지혜를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고민의 해결보다 고민을 털어놓을 어딘가가 있음에 더욱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