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내전 - 대한민국 교사가 살아가는 법
이정현 지음 / 들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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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내전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이 책은 첨예한 학교 내 주체들 간의 갈등과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는데, 가상인물이 마치 일선 학교현장에 있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었다. 나도 근무지가 학교여서 그런지 너무 현실감있게 읽었다.

 

  책은 기간제교사와 비교과 교사들의 이야기부터, 행정직 공무원과 교육공무직원과 같은 학교 구성원들의 갈등,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교사의 역할, ‘제일교포와 같은 교사의 등장이나 교장 공모제 등 학교 현안까지 다루었다. 어느 것 하나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교감에게 큰 소리로 대들며 따지던 학년부장의 모습에 교무실을 슬그머니 나갔던 순간, 과학실무사가 매번 퇴근시간보다 5~10분 일찍 퇴근해서 몇 번 걸렸음에도 고치지 않아 골칫거리라는 교감의 넋두리, 성과급평가에 불만을 품는 비교과 교사들의 표정, 텃세 부리는 조리원들과 옛 육성회직원이었던 공무직 등 다양한 갈등과 관계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저자는 정교사가 되리라 마음먹고 체육 교과에 도전하여 공업계 특성화고로 자리를 옮긴 이력이 있다. 다시 전보내신에 성공해 농업계 특목고에서 교편을 잡게 되고 현재는 현장 연구 교원으로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저자가 처음 인문계고에서 사회과 교사로 교직의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기간제 설움의 좌절을 맛보았던 경험이 책에 고스란히 적혀 있어 짠했다. 내 친구들 중에도 기간제 교사가 여럿 있다. 특히 사립학교에선 관리자의 의중에 따라 시스템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부당한 일도 많이 겪을 수 있었다. 물론 대다수의 사립학교는 그렇지 않겠지만.(희망이다)

 

  얼마 전, 전체 교직원에 공람되었던 업무관리문서를 보면 교육공무직 호칭에 관한 요청의 건이 있었다. 전국학비노조에서 발송한 공문이었는데, 학교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교육공무직원의 호칭을 000선생님으로 부르자는 내용이었다. 실무사나 강사님과 같은 호칭 대신 선생님으로 부르자는 것인데, 학교현장에선 교사나 행정직 공무원, 교육공무직원의 업무가 분화되어있을 뿐 우열관계는 없는데, 이러한 호칭으로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보게 된다. 보이지 않는 우열관계 때문인 것 같다.

 

  책에서 언급한 제일교포가 무엇인가 했는데, ‘제일 먼저 교감 승진을 포기한 교사라는 뜻이었다. 우리 학교에도 6학년 담임 남자 원로선생님이 승진에 욕심도 없고 친목회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학교 전반에 굉장히 무관심(?) 한 분이 계셔서 이 분이 떠올랐다. 또한 몇 년 전 교장선생님이 정년퇴임하시고 새로운 교장선생님이 공모제로 학교에 오셨는데, 여러 가지 학교 사업을 추진하시는 등 분위기가 확 달라짐을 느꼈다. 학창시절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느낌이 지금의 근무지에선 확연히 다름을 느낀다.

 

  비록 가상이지만 더 현실같은, 학교현장 일선의 날것을 그대로 전달한 이 책은, 교사를 비롯한 교직원 모두 읽어봄 직한 유익한 내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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