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우울증 - 죽을 만큼 힘든데 난 오늘도 웃고 있었다
훙페이윈 지음, 강초아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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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우울증

 

  책을 덮은 뒤 거울을 보고 일부러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미소가 혹시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갑자기 엄정화의 페스티벌가사가 생각났다. ‘이제는 웃는 거야 스마일 어게인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눈물은 잊고 커다란 하늘처럼 더 크게 웃자고 말한다. 힘들 때 일부러 웃어본 적 나도 있다. 힘들다고 다 우울한 것은 아니니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오늘 읽은 <미소우울증>은 평소 웃기고 분위기를 잘 띄우는 사람이 혼자 있을 땐 고통과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 것 같다. 증상이 대개 혼자 있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늘 울상이거나 힘들다는 표현을 하는 건 제외다. 어찌 되었든 미소라는 가면 속에 자신의 진짜 표정을 가리고 미소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누구나 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책은 아픔을 감추기 위한 웃음의 경우와, 아무런 징조 없이 나타나는 미소우울증 그리고 나에게 슬픔을 허락할 권리를 언급하며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려준다.

 

  우린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스트레스에는 비정상 반응이 따라야 정상이다. 병적인 사회에서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는 건 절대 건강한 상태가 아닌 것이다. 비교적 양호하게 적응하고 있어 보인다면 사실은 마지막 숨 한 모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우린 대개 도피를 선택해 슬픔이나 고통을 깊게 숨기고 겉으로 미소를 띤다.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곁에 있는 조언자마저도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가벼운 조언을 하며 오히려 더 깊은 우울에 빠지게 한다. 우울한 기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이 기분을 갖는다면 쉬라는 경고라고 저자는 말했다. 즉각적이진 않아도 조용하게 우리를 깨우쳐주는 종소리와 같은 미소우울증.

 

  행복의 가면을 쓴 부부라든지 빈둥지 증후군을 겪는 중년과 같이, 웃고 있지만 동시에 우울한, 거짓된 허상을 만들어 전시하는 삶을 택한 쇼윈도부부는 미소우울증을 앓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주로 연예인 부부 중에 많은 것 같다. 자녀가 다 커서 삶의 목표가 사라진 부모 역시 인생의 단계마다 삶의 새로운 임무가 있음을 깨닫고 전진하며 의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단계마다 방황과 상실, 불안과 같은 감정을 느끼겠지만 그것은 지극히 정상이며 누구나 겪는 일이다. 우울증이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라면 우린 모든 전환기에서 새로운 시작임을 인식하고 우울해 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을 감추기 위해 웃음과 미소라는 견고한 가면을 쓰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이제 진짜 미소를 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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