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 -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의 설렘 가득한 사랑이야기
단단 지음, 주은주 옮김 / FIKA(피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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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

 

  ‘잔잔한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나와 17이 처음 눈을 마주쳤던 바로 그 순간.’

 

  이 문장이 내 사랑의 첫 느낌을 되살아나게 해주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의 활짝 웃는 실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너무 해맑아서 무장해제 된 기억이 난다.

 

  그림 에세이인 이 책은 작가 단단과 남편 17의 만남을 그린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실에서 만났고 각자 그들의 룸메이트였던 샤오웨이와 다산의 연애 때문에(?) 버림받은 단단과 17, 덩그러니 남겨진 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친해지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버스 창에 비친, 이 둘의 투 샷은 결혼증 사진보다 더 기억에 남는 인생의 아름다운 장면이라 회상한다. 만원버스 안에서 내내 서서 가다가 자리가 나자 17이 단단을 그 자리로 밀어 앉히고 옆에 서서 갔던 그 장면.

 

  17에게 사랑에 빠진 단단은 그가 사용한 삐쭉빼쭉한 붓털도 귀엽게 보였고, 밥을 먹는 모습도 사랑스러웠으며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무얼 하고 있어도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법임을 깨달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까칠하고 결벽이 있으며 표정이 뚱하고 듣기 좋은 말은 못하는 남자 17이었지만 단단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챙겨주며 케이크를 선물하는 순간은 독자인 나까지 설렘 가득했다. 십대에 만나 더욱 풋풋함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꽃다발이 아닌, 꼬치구이 한 무더기를 쥐고 내 여자친구가 돼줘.” 라고 고백한 17을 보며, 단단은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같은 도시에 살지만 각자 다른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둘. 그러나 매일 밤 통화하며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둘이다. 하지만 항상 좋을 수는 없는 법. 집에서 멀지 않는 곳으로 대학을 정한 아빠의 독단에 단단은 속이 상했고 17과 같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아쉬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 일로 연애의 직격탄을 맞아 대입 후엔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어려워진 둘이었다. 그렇지만 17이 보낸 택배에서 단단은 다시 한번 감동한다. ‘너와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너와 헤어질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 이런 확신과 진심 어린 편지라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지만 장거리 연애를 추진하며 둘의 사랑은 여전히 견고해졌다. 작가 단단이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걸으며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오래된 연인들의 평범한 사랑도 전쟁 같았던 프러포즈 덕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밀라노의 이름 모를 작은 교회에 들어가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에세이집의 마지막 장에는 아이를 가졌다는 기쁜 소식까지 전한다!

 

  두 남녀의 아기자기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따뜻한 파스텔톤의 일러스트 또한 풍부한 감성을 건드려 지난 사랑들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러모로 오랜만에 설렘이란 감정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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