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괜찮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 미래가 두려운 십대에게 보내는 편지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3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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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괜찮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무난히 사춘기를 지나 청소년기를 보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읽은 책을 보니 나의 10대도 누구 못지 않게 개복치같았다. 개복치? 조금만 건드려도 크게 반응해서 건드리기만 해도 죽는다는 그 개복치 말이다. 사춘기 때의 역치는 최고로 낮다지만 나도 꽤 예민한 시절을 거쳐왔었다. 이유 없이(?) 막 화가 나고 슬펐다. 하지만 저자는 말해주었다. 지극히 잘 발달하고 있는 중이라고. 감정과 생각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더 많이 느끼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저자 또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로 가지 않을 거라는 그 10대의 시절을 힘들게 지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름 괜찮은, 제법 멀쩡한 어른이 되었다고 했다. 딱 내 또래의 저자이면서 엄마이자 나와 닮은 점이 많아 이 책의 내용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고민 많고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이들을 향한 애정이 아주 크고, 십대를 위한 성장소설과 동화, 에세이를 쓰면서 어른인 저자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책은 10대들의 흔한 고민들을 진중하게 들어주고 조언해주었다. 시험 결과가 안 좋아 좌절하는 이에게, 자신과 잘 맞는 친구가 없어 자괴감을 느끼는 이에게, 자존감이 바닥을 친 이에게 마치 그 때의 에게 이야기하듯. 평행우주가 있다면 동시에 살고 있을 그 때의 나에게 말이다.

 

  친구 얘길 하자면 나도 외로운 적이 있었다. 난 교회에서 혼자 피아노반주를 했는데 내 친구들은 중고등부 찬양팀 율동을 하면서 끼리끼리 어울려다니는 것에 질투와 화가 났었다. 나도 율동을 하고 싶었는데 교회 반주에 불려다니며 모든 공예배에 참석하여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던 현실에 좌절했다. 저자 또한 단짝이 없어 외로웠을 당시 혼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글을 썼다고 했다. 자신을 채우는 연습말이다. 어른이 되어보니 상황에 따라, 내가 처한 환경에 따라 친구는 바뀌는 것 같다는 말이 딱 맞았다. 지금 연락하는 친구들 중에 학창시절 친구는 손에 꼽는다. 오히려 사회에서 만난 친구, 아이들 때문에 친해진 엄마들이 더 친구같다. 관심사가 비슷하기에 할 이야기도 많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 곁에 남은 이들이 스며들 듯 서로 친구가 되었다. 그러니 지금 잘 맞지 않는 친구 때문에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친구의 존재가 어쩌면 부모님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벌써부터 자신의 성향과 맞는 친구만 사귀겠다고 선언하는건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이 친구도 만나고 저 친구도 만나며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중2 중간고사 수학시험 시간에 얼굴이 창백해지고 손이 덜덜 떨렸던 기억이 났다.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신체적 증상으로 오롯이 나타난 것이다. 예상대로 시험은 망쳤고 좌절했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실패의 경험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다.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저자는 말해주었다. 삶은 실패 혹은 성공, 이 두가지로만 채워지는게 아니더라고. 그것은 단지 어떤 일에 대한 결과일 뿐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과정이다. 결과를 위해서만 살아가지 말라고 하며 실패했을 땐 다음 기회에라는 문구가 들어있는 치토스를 떠올리라고 했다. 나만 멀쩡하다면 다른 일들은 치토스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시기가 10대일 것이고 10대들은 이 시기를 힘겹게 버티고 있을 것이다. 30대의 내가 10대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점점 단단해지길 바라는 응원가를 들어보시길. 이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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